여성·성소수자 인권탄압 논란 속 '대외 메시지' 관측
"왕세자 개혁정책, 특히 여성 등 대다수에게 큰 기회"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이슬람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적 국가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파리 패션위크 무대에도 손을 댄다.
AFP통신은 사우디 출신 디자이너인 무함마드 아시가 파리 오트 쿠튀르 조합 정식 회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뒤 처음으로 파리 패션위크에서 6일(현지시간) 자신의 브랜드인 '아시 스튜디오'의 쇼를 연다고 보도했다.
30년 전 사우디를 떠난 아시는 해외에서 경력을 쌓았고 비욘세, 페넬로페 크루즈, 카디비 등 유명 연예인들이 그의 옷을 입었다.
아시는 AFP에 파리 패션위크에서 열 자신의 오트 쿠튀르 쇼가 "내 커리어의 정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사우디 패션이 주목받게 된 것은 최근 수년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의 대외 이미지 개선을 위해 패션뿐 아니라 영화, 스포츠, 비디오 게임, 관광산업 등에 집중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왕세자는 석유 중심에서 벗어나 경제를 다변화하는 '사우디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여성의 축구경기장 출입과 운전을 허용하는 등 사우디의 보수적 이미지 탈피에 나서고 있다.
패션 업계에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사우디도 작년 10월 자체 패션위크 개최 계획을 발표했다. 또 사우디의 엘리트 계층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비공개 행사를 자국에서 개최하기 위해 막대한 금액을 지출했다.
사우디 국가패션위원회는 민간 부문 성장 등으로 의류 소매 부문 매출이 2021년부터 오는 2025년 사이에 48% 성장한 320억달러(약 42조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부락 칵막 사우디 국가패션위원회 최고경영자(CEO)는 자국 내 패션 사업을 위한 안정적인 기반이 마련됐다며 "그간 세계에 공개되지 않았었다고 해서 (사우디 패션이) 지금부터 시작한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AFP에 전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민주주의 후퇴와 인권 침해 등으로 대표되는 사우디의 대외 이미지 세탁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우디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실권을 장악한 이후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정치적 자유가 거의 박탈됐고 정권에 대항하는 정적에 대해선 무자비한 투옥과 고문도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2018년 사우디 출신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암살된 사건으로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아울러 사우디는 동성애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패션업계에는 동성애자 디자이너가 많고 성 소수자 커뮤니티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일종의 아이러니로 지적된다.
중동 전문가인 독일 기자 수잰 코엘블은 "사우디 당국은 많은 디자이너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들의 접근 방식은 단순히 이를 "무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엘블은 무함마드 왕세자의 정책을 "잘 계획되고 오랜 시간에 걸친 개혁 과정"이라며 "사우디 사람들은 혁명적이지 않은 경향이 있는데 특히 여성 등 대다수에게는 새롭고 큰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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