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솔의 여왕'(Queen of Soul)으로 불린 미국의 '원조 디바' 어리사 프랭클린(1942~2018)이 세상을 떠난 지 5년이 지났으나 그의 자필 유서와 유산을 둘러싼 분쟁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AP통신은 "프랭클린이 남긴 2건의 자필 유서 가운데 어느 것을 기준으로 유산을 배분할지를 결정할, 다소 이례적인 재판이 오는 10일 시작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프랭클린은 오랫동안 암 투병을 하면서 유산 분할에 관해 고민했으나 정작 형식을 갖춘 유언장은 남기지 않았다.
프랭클린의 네 아들 가운데 셋째인 테드 화이트(59)는 프랭클린이 2010년에 쓴 유서를 기준으로 유산을 분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넷째 키캘프 커닝햄(53)과 둘째 에드워드 프랭클린(66)은 2014년에 쓰인 문서가 우선이라고 반박한다.
두 문서는 프랭클린이 2018년 8월 췌장암으로 사망한 지 9개월 만에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교외의 프랭클린 자택에서 발견됐다.
애초 프랭클린이 아무 유언 없이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진 바 있으며 이 경우 미시간 주법상 그의 네 아들은 디트로이트 교외 자택·모피·보석에서부터 저작권 사용료까지 모든 유산을 균등히 나눠 갖게 된다.
하지만 2019년 봄, 프랭클린의 조카이자 유산 대리 집행인이던 사브리나 오웬스가 "프랭클린 자택의 한 수납장에서 2010년에 쓰인 자필 유서를, 소파 쿠션 아래 놓인 공책 사이에서 2014년에 쓰인 또 다른 자필 유서를 찾았다"고 보고했다.
2010년 유서에는 셋째 아들 테드와 조카 오웬스를 공동 유언 집행자로 명시한 뒤 "에드워드와 키캘프가 유산 혜택을 입으려면 앞서 경영학 수업을 듣고 학위 또는 자격증을 받아야 한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2014년 유서에는 테드의 이름을 지우고 그 자리에 키캘프 이름을 적어넣었다. 경영학 수업에 대한 언급은 없으며 키캘프와 그의 자녀들에게 디트로이트 교외도시 블룸필드 힐스의 자택을 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집은 프랭클린 사망 당시 거래가가 110만 달러(약 15억 원)였으며 현재는 더 오른 상태다.
프랭클린의 유산은 8천만 달러(약 1천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프랭클린은 2014년 유서에서 그가 공연 때 입었던 드레스들은 경매에 부치거나 워싱턴DC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기증하라고 적어놓았다.
그는 두 유언장 모두에서 후견인의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는 맏아들 클래런스에게 정기적으로 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명시해놓았다.
키캘프의 법정 대리를 맡은 찰스 맥켈비 변호사는 "일치하지 않는 2건의 유서가 있는 경우 최근 쓰인 유서가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테드의 법정 대리인인 커트 올슨 변호사는 "2014년 버전은 단순한 끄적거림인데 반해 2010년 유서는 공증받고 서명까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슨 변호사는 프랭클린이 2014년 유서를 정식 유언장으로 생각했다면 스프링 공책 사이에 끼워 소파 쿠션 아래에 놓아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시간주립대학 법대 팻 사이매스코 교수는 "미시간주는 휘갈겨 쓰거나 낙서하듯 줄을 그어 지우고 읽기 어려운 비공식 유서라 하더라도 자필로 쓰였고 날짜와 서명이 있으면 유언장으로서 법적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랭클린의 유언 집행자는 지난 5년새 3차례 교체됐으며 조카 오웬스는 지난 2020년 프랭클린 아들들 사이의 분란을 이유로 자리를 내놓았다.
한편 현재 유언 집행을 맡고 있는 레지널드 터너 변호사는 "프랭클린의 유산은 지난 12개월간 390만 달러(약 51억 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90만 달러에 달하는 법정 비용 포함 지출 규모도 유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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