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원로 언론인, 더힐에 기고…"北저항세력에 영향, 김정은에 최대 공포"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철권통치를 위협한 예브고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의 반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도 악몽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동아시아 문제를 다뤄온 60여년 경력의 미국 프리랜서 기자 도널드 커크는 6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기고한 글에서 푸틴 대통령이 친한 친구였던 프리고진에게 반란을 당했다는 소식이 김정은에게 '체제 전복'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켰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커크 기자는 북한이 지난달 25일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과 관련해 "러시아 지도부를 강력히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에 주목했다.
당시 임천일 북한 외무성 부상이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대사에게 한 발언을 보도한 조선중앙통신을 보면, 북한은 프리고진이나 바그너그룹을 일절 언급하지도 않고 반란의 본질도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북한은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를 공고히 지키고 기성 정권에 대한 위협을 반대하기 위해 입장을 발표한 것으로 보였다.
그만큼 김 위원장에게 푸틴 대통령은 중요한 파트너라고 커크 기자는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북한은 러시아에 탄약과 드론 등 무기를 러시아에 팔고 그 대가로 석유, 천연가스, 밀을 수입할 수 있게 됐다.
북러 교역 부활을 통해 북한은 중국 의존도를 줄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커크 기자는 "중국은 여전히 북한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지만, 동맹이 중국밖에 없는 것처럼 의존하는 굴욕은 피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빠르게 관계를 키워나가려고 하는 상황에서 러시아 정권이 몰락했다면, 김정은은 러시아의 바뀐 지도자와도 관계를 구축해야 했을 텐데 이는 결코 쉽지도, 달갑지도 않은 일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커크 기자는 무엇보다 "김정은은 프리고진의 반란 실패에 안도의 한숨을 쉴 중요한 이유가 있다"며 "반란 세력이 그토록 중요하고 가까운 이웃 정권을 뒤엎을 뻔했다는 뉴스가 북한에 퍼지는 것은 그로서는 참을 수 없는 생각"이라고 짚었다.
김일성도 1991년 소련의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소련 위성국가들이 몰락했다는 소식을 숨기려고 노력했으며, 북한은 지금도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중동 등이 겪은 격변을 비밀에 부치고 있다고 커크 기자는 강조했다.
그는 "바그너그룹은 물러났지만, 반란은 다시 일어날 수 있고 다른 단체가 일으킬 수도 있다"며 바그너그룹을 통해 북한 내 저항 세력이 영감을 얻는 것이 "김씨 왕조가 두려워하는 최악의 공포"라고 분석했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