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면적보다 3배 넓은 땅 매입 배경 불분명…안보 위협론 제기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사실상 버려진 것이나 다름없는 미국 공군 기지 주변의 광대한 공터를 수년간 사들인 업체에 대해 연방 정부가 조사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정부가 '플래너리 어소시에이츠'라는 업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업체는 지난 5년간 샌프란시스코 북동쪽에 위치한 트래비스 공군기지 주변의 공터를 꾸준히 매입했다.
5만2천 에이커(약 210㎢) 넓이의 공터를 사들이기 위해 투입한 돈은 10억 달러(약 1조3천억)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가격보다도 훨씬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 서울의 면적보다 3배 이상 넓은 땅을 소유하게 된 이 업체는 현재 캘리포니아주(州) 솔라노 카운티의 최대 지주가 됐다.
문제는 업체의 천문학적인 액수를 투자한 배경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황무지나 다름없는 지역인 데다가 지자체도 향후 이 지역의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업체가 산 땅은 대부분 건조한 목초지"라며 "어떻게 이 땅으로 수익을 올리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땅의 매입 목적이 트래비스 공군기지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태평양에 인접한 트래비스 공군기지는 공군이 운용하는 각종 비행기의 연료 재충전을 비롯해 운송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조 개러멘디 연방 하원의원은 "트레비스 공군기지 철책 바로 앞에 의도적으로 땅을 샀다는 것 자체가 수상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노스다코타 그랜드포크스에서는 중국 기업이 공군 기지 인근에 옥수수 제분소를 짓겠다면서 현지 농민으로부터 370에이커(약 1.5㎢)의 토지를 사들여 문제가 됐다.
일부 주민은 제분소는 중국의 염탐 활동을 감추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했고, 미국 공군도 제분소 건설에 반대입장을 밝혔다.
텍사스에서도 지난 2021년 중국 인민해방군 장성 출신 사업가가 공군기지 인근에 13만 에이커(약 526㎢)의 토지를 사들여 여론을 자극했다.
이후 텍사스는 주요 시설 인근에 외국 기업체의 토지 보유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연방 정부의 조사 대상이 된 플래너리 어소시에이츠 측은 미국 시민권자들이 업체의 의사결정을 좌우하고 있고, 자본의 97%는 미국 자본이라고 해명했다. 나머지 3%도 영국과 아일랜드의 자본이라고 덧붙였다.
이 업체는 공터를 매입한 이유에 대해선 엇갈리는 설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9년에는 지자체에 작물 재배를 위해 토지를 구입했다고 했지만, 올해에는 재생에너지 개발이 목적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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