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이 자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스트레가상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후보에 오른 책을 읽지 않았다고 발언해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 6일 밤(현지시간) 수도 로마에서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 3의 생중계로 진행된 스트레가상 시상식에서 사회자인 제피 쿠차리는 시상에 앞서 젠나로 산줄리아노 문화부 장관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요청했다.
산줄리아노 장관은 "오늘 저녁 최종 후보작에 오른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모두 여러분을 사로잡고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라며 "저도 읽어보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산줄리아노 장관이 심사위원단의 일원으로 스트레가상 최종 후보작에 대해 투표권을 행사했다는 점이다.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당황한 쿠차리가 "아…. 당신은…읽지 않았어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산줄리아노 장관은 그때야 잘못을 깨닫고 수습에 나섰다. 그는 최종 후보에 오른 책들을 물론 읽었다고 주장한 뒤 자신이 말하고자 한 것은 "이 책들을 파고들고 싶다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쿠차리는 "그러니까 표지 너머 안쪽을…"이라고 말하며 장관에게 박수를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모든 것을 뒤덮은 당혹감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전했다.
야당은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전 이탈리아 총리이자 중도좌파 성향 정당 '비바 이탈리아' 대표인 마테오 렌치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난 산줄리아노 장관이 왜 18세 청년에게 주던 문화 바우처를 없앴는지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렌치 총리 집권기인 2016년부터 만 18살이 된 청년들에게 모두 500유로(약 63만원)에 달하는 문화 바우처를 지급했다.
청년들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바우처를 내려받아 극장과 박물관 입장은 물론 전시나 공연 관람, 도서 구입 등에 이 돈을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총선을 통해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권이 집권한 뒤 이 바우처 제도는 폐지됐다.
렌치 상원의원은 "장관님, 18세 청년에게 문화 바우처를 돌려달라"라며 "독서가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스트레가상은 지난 4월 별세한 아다 다다모의 유작 '코메 다리아(Come d'aria)'에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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