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성역도시'를 자처하며 미국 남부 국경지대에서 이송된 중남미 출신 불법입국자들을 적극 수용한 시카고가 주민 반발·예산 초과 등에 이어 뜻밖의 문제에 직면했다.
7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시카고 경찰청(CPD) 소속 경찰관들이 관할 경찰서를 임시 거처 삼아 생활하는 중남미 출신 불법입국자들과 성관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당국이 내사에 착수했다.
시카고 경찰의 위법행위를 조사하는 독립 수사기관 'COPA'(The Civilian Office of Police Accountability)는 성명을 통해 "CPD 구성원들과 경찰서에서 임시 생활을 하는 이주자들 사이에 성적 비행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지난 6일부터 공식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CPD는 "시내 웨스트사이드의 제10지구 경찰서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확인했으나 해당 경찰관들에 대한 인사 조치, 미성년자 연루 여부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카고 선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 "한 경찰관이 10대 소녀를 임신시키고 또 다른 경찰관들은 경찰서에서 숙식하던 임시 보호 대상자들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경제전문매체 포브스는 "미국 남부 국경지대 텍사스의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주지사가 작년 8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정책·국경정책을 비난하며 중남미 출신 불법 입국자들을 시카고·뉴욕·워싱턴DC 등 '진보 성향'의 도시들로 분산하기 시작한 이후 시카고에 1만 명 이상의 망명 희망자가 도착했다"며 대다수가 베네수엘라인이라고 전했다.
ABC방송은 시카고 시장실 자료를 인용, 지난 6월 28일까지 10개월간 1만1천 명이 이송된 것으로 집계했다.
시카고시는 갑자기 늘어난 불법체류자들의 거처 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됐고 이들을 인근 교외도시들로 분산했다가 반발을 사기도 했다. 또 지난 5월에는 '불법입국자 포화상태'를 호소하며 도시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당국은 시 소유 건물들을 임시 숙소로 개조·전환하고 지난 4월부터는 시내 22개 지구 경찰서의 응접실·휴게실 등을 임시 거처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지역매체 블록클럽시카고는 "일부는 오헤어국제공항을 잠자리 삼고 있다"고 전했다.
불법입국자 수용 문제는 지난 5월 취임한 브랜든 존슨 신임 시장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됐다.
시장 대변인은 "제기된 의혹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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