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1930년대 미국 뉴욕주(州) 롱아일랜드의 호숫가에 위치한 야팽크라는 작은 마을에는 독일계 미국인 단체가 운영하는 여름 캠프가 있었다.
'캠프 지크프리트'라는 이름이 붙인 이 시설에는 매년 여름 수백명의 독일계 미국인 어린이들이 입소했다.
다민족 국가에 사는 이민자들이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다른 이민자들과 유대하는 것 자체는 따뜻하고 정겨운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나치를 추종했다는 것이다.
이 캠프에는 나치 소년단 차림의 미국 어린이들이 외치는 '하일 히틀러'(Heil Hitler·히틀러 만세)라는 구호 소리가 여름 내내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이 가능했던 것은 독일계 미국인 중 일부가 나치가 집권한 고향 독일에 대해 비뚤어진 연대 의식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들은 미국에 '저먼 아메리칸 분트'라는 나치 동조 단체를 조직했고, 뉴욕을 포함해 미국 곳곳에 나치 여름 캠프를 설치했다.
그리고 자녀들을 보내 나치 소년단 교육을 받게 했다.
이 같은 광기는 1941년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이후에야 중단됐다.
이 단체를 이끌었던 게르하르트 쿤체는 간첩죄로 15년형을 선고받았고, 시민권이 박탈된 뒤 독일로 추방됐다.
물론 나치 독일이 전쟁에서 패배하지 않았더라면 이들의 운명도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의 승패와 관련 없이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이 전체주의와 권위주의 독재의 상징과 같은 나치 독일에 동질감을 느끼고, 부역했다는 사실 자체는 아무리 생각해도 희극적이다.
최근 중국 공산당의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이 한·중·일 협력 국제포럼이라는 행사에서 했다는 발언도 비슷한 맥락에서 시대착오적이다.
왕 위원은 외국인들이 한국과 일본, 중국인의 외모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주장과 함께 "아무리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코를 뾰족하게 다듬어도 구미인은 될 수 없고 서양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중국인의 외모를 한국인과 구별할 수 없다는 주장은 차치하더라도, 자유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과 일본이 굳이 공산당 일당독재인 권위주의 국가 중국에서 뿌리를 찾아야 할 이유나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신(新)냉전' 시대를 맞아 러시아·북한 등과 같은 편에 선 중국이 고작 외모를 이유로 들면서 한국과 일본에 협력을 요청한 것도 코미디 중 코미디다.
염치가 있다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내정간섭 막말 논란 등 국제규범을 무시하는 행태에 대한 반성과 성찰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
싱 대사가 한국 정부를 향해 내뱉은 막말 표현 중 하나를 빌리자면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자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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