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법안 처리 앞둔 27주째 주말 시위에 수십만 인파
네타냐후 정부 10일 수정안 첫 독회…시위 지도부는 11일 '저항의 날' 지정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이스라엘 우파 연정이 3개월 넘게 중단했던 '사법 정비' 입법을 재추진하자, 소강상태를 보이던 시민들의 저항 시위도 다시 거세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밤 이스라엘의 주요 도시에서는 사법 정비 입법을 반대하는 27주째 주말 시위가 열렸다.
특히 경제 중심 도시 텔아비브에서는 주최 측 추산 약 18만명의 시민이 시위에 참여했다. 이는 지난 3월 네타냐후 총리가 사법 정비 입법 연기를 선언한 이후 최대 규모다.
또 중부 하이파, 예루살렘, 비어 셰바 등 주요 도시에서도 수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정부의 사법 정비 입법 재추진을 성토했다.
특히 북부 아미캄에 있는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 자택 앞에서는 사법 정비 입법에 반대하는 예비역 군인들의 모임인 '브라더스인 암스' 회원 수천 명이 밤샘 시위를 이어갔다.
이 단체는 성명을 통해 "전직 군 참모총장과 장군들, 모사드 지휘관들, 신베트와 경찰 사령관들도 동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3월 네타냐후의 사법 정비 입법을 공개 비판해 제동을 걸었던 갈란트 장관이 다시 나서서 사법 정비 입법 재추진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네타냐후 총리 주도의 이스라엘 우파 연정은 지난 3월 중단했던 사법 정비 입법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다만 연성헌법인 '기본법'에 반하는 의회의 입법을 대법원이 사법심사를 통해 막지 못하도록 하고, 여당이 법관 인사를 담당하는 법관 선정 위원회를 조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맞춰졌던 개정 법안의 수정을 예고했다.
최근 크네세트(의회) 헌법 법률 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된 첫 번째 수정 법안은 장관 임명을 포함한 행정부의 중대 결정을 사법부가 뒤집지 못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대법원이 사법심사를 통해 행정부의 중대 결정을 뒤집는 근거인 '합리성'(reasonableness) 판단의 기준을 삭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법원이 장관 임명 등 행정부의 선출직 고위 관리들이 내린 결정에 개입할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네타냐후 정부는 이 법안이 기존 법안에 대해 제기됐던 민주주의 원칙 파괴 등 우려를 반영한 수정안이라고 주장하면서, 10일 크네세트에서 첫 독회(讀會)를 여는 등 본격적인 법안 처리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야권과 법조계, 시민단체 등 시위 주도 세력은 여권의 사법부 무력화 의지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 텔아비브 경찰청장이 시위대 강경 진압 압박을 가했던 극우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을 공개 저격하고 사임한 뒤 반정부 무드가 한층 강력해졌다.
반정부 시위 주최 측은 연정 측의 수정 법안이 첫 독회를 통과할 경우 오는 11일을 '저항의 날'로 정하고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수준의 저항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위 지도부는 성명을 통해 "만약 정부가 (법안 처리를) 멈추지 않는다면, 나라 전체가 멈춰 서는 상황을 보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집회를 열고 행진할 것이며, 차량 행렬이 나라 전체를 뒤흔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명은 이어 "우리는 경제와 안보를 무너뜨리고 국민을 갈라놓는 독재와 일방적이고 위험한 입법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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