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ABC 뉴스 인터뷰 "전쟁에서 밀리는 러, 자포리자 원전 터트릴 수도"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내 끝낼 수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실제 경험에 기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500일째를 맞아 10일(현지시간) 보도된 미국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한 인터뷰에서 "내가 대통령이라면 그 전쟁을 하루 안에 끝낼 것이다. 24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 협상은 쉬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ABC 인터뷰에서 "전쟁을 끝내고자 하는 열망은 아름답다"며 "하지만 이런 열망은 실제 경험에 기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이미 24시간이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면서 "당시에도 우리는 전면전은 아니었지만 전쟁 중이었기 때문에 그가 그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었겠지만, 그에게 다른 우선순위가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우크라이나의 대가로 전쟁을 끝내는 것, 영토를 포기하도록 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바이든(현 미국 대통령은)은 이런 식으로 5분 안에 전쟁을 끝낼 수 있었다"며 "하지만 우리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를 포함해 어떤 영토도 러시아에 양도하는 데에는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다만 전쟁을 끝낼 또 다른 가능성은 인정했다고 ABC는 보도했다.
앞서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이 최근 키이우를 방문한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에게 새로운 반격 목표가 크림반도 경계선 가까이 진격해 러시아가 협상에 나서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것이 실현 가능한지"를 묻는 말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 행정 경계에 도달하는 순간 푸틴이 전면 침공 전과 달리 약해질 것이기에 문명 세계와 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건 분명하고 논리적인 수사"라고 답했다고 ABC는 전했다.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 북부 국경에서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공격해올 수 있는 전초 기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에 대해선 "바그너그룹 군대가 북쪽에서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무장 반란을 일으킨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러시아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높이려 하고 있다며 "프리고진의 반란이 푸틴 리더십의 약점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을 일부러 터트릴 것이라는 경고를 날려온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러시아군이 전장에서 더 밀리게 되면 세계에 핵 재앙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하고 우리의 작전을 멈추게 하기 위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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