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만 공동체, 행정당국의 가해자 집 철거에 분개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인도에서 최상위 카스트인 브라만 남성이 소외집단으로 여겨지는 부족민 남성 얼굴에 소변을 보는 동영상이 이달 초 인터넷에 유포된 사건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체포된 가해자의 집이 행정당국에 의해 철거됐는데 브라만 공동체가 그 집을 재건하겠다고 모금 운동에 나선 것이다.
인도 일간 더타임스오브인디아는 10일(현지시간) 사건이 일어난 중부 마디아프라데시주의 브라만 공동체 구성원들이 집 철거에 분개해 모금운동을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주택에는 가해자와 부모, 부인, 세살배기 딸이 기거하고 있었다고 한다.
현재 가해자 아버지의 계좌번호가 브라만 공동체의 와츠앱 단톡방에 올라 있고 마디아프라데시주 전역의 공동체 구성원들이 모금에 동참하고 있다.
해당 브라만의 마디아프라데시주 대표인 푸시펜드라 미슈라는 "피의자가 한 일은 개탄스럽지만 그의 가족이 왜 고통을 당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미슈라는 "어떤 법에 따라 마디아프라데시 주정부가 집을 철거하게 됐는지를 묻는 탄원을 주 고등법원에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해자 아버지도 "나는 법을 준수하는 시민으로서 헌법에 따라 내 아들에 대해 어떤 법적 조처가 취해지더라도 환영한다"면서 "하지만 우리 집은 왜 철거했느냐"고 따졌다.
그러고서 "우리 가족들은 아무런 잘못 없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면서 "철거 이후 수일 동안 이웃들이 마련해준 음식으로 버텼으나 이젠 우리 스스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에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가족을 위해 모금 운동이 시작된 것은 한국의 정서상으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일로, 그만큼 기득권층인 브라만 내부의 우월주의와 공동체 이기주의가 심각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한편 신문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마디아프라데시주 법에는 몬순(우기) 기간에는 범죄 가해자 주택을 철거하지 못하게 돼 있다. 인도가 포함된 남아시아의 몬순 기간은 6월부터 9월까지다.
또 사건이 일어난 마디아프라데시주 시디 지역의 인도국민당(BJP) 사무총장인 비베크 콜은 9일 사건에 대한 '최종' 사과 의사로서 사표를 냈다고 또 다른 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앞서 시브라지 싱 초우한 주총리는 피해 부족민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그의 발을 씻어주기도 했다.
인도에서 부족민은 카스트 등 인도 전통사회 질서에 포함되지 않는 소외집단으로, 인도 인구 14억명 가운데 약 1억400만명으로 추산된다.
부족민은 이전에 불가촉천민으로 불렸던 달리트와 함께 인도 사회에서 경제적, 사회적인 차별을 종종 받는다. 부족민과 달리트 보호법도 있지만 카스트에 기반한 증오범죄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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