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세계무대 데뷔 50년만에 '독창적 엔터테이너'로 재평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초능력자'를 자처하며 한때 전 세계적 유명세를 구가했던 마술사 유리 겔러(76)가 무려 50년 만에 기성 마술계와의 악연을 풀어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겔러는 2015년 영국을 떠나 모국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의 올드 자파 지역에 자신의 수집품들을 모은 박물관을 지었다.
그는 박물관 앞에 놓인 16m 크기의 구부려진 숟가락 모양 조형물을 살펴보는 관광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즉석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하면서 말년을 보내고 있다.
초자연적 능력을 타고났다는 주장에 과거만큼 집착하지 않게 된 그는 자신을 '현혹자'(mystifier)라고 부르길 선호하며 젊은 마술사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NYT는 전했다.
한때 별도의 책까지 써내 겔러를 비판했던 호주 마술사 벤 해리스는 지난 5월 '겔러처럼 구부려라'는 저서를 출간하고 겔러를 "훌륭하고 매우 독창적인 마술 엔터테이너"라고 평가했다.
초능력자를 빙자해 무고한 이들의 돈을 뜯는 사기꾼들이 창궐했던 20세기 후반과 상황이 달라지면서 기성 마술사들과 다른 새로운 퍼포먼스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의 능력이 재조명받은 결과로 보인다.
5살 때 처음 스푼을 구부렸다는 그는 성인이 된 뒤 이스라엘 내 극장 등에서 공연을 하다가 1971년 미국으로 갔고, 1973년 BBC 인기 토크쇼에 출연하면서 비로소 명성을 얻었다.
평상복을 입고 무대에 서고, 분위기 탓을 하며 간혹 숟가락을 구부리지 못하는 등 모습은 오히려 겔러를 진짜 초능력자로 보이게 했고, 이는 각종 영화와 게임 등에서 그를 모티브로 삼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다.
NYT는 "이러한 족적과 비슷한 것을 남긴 마술사는 한 줌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과거 그를 비판했던 모든 이가 입장을 바꾸지는 않았다.
한때 겔러로부터 수백억원대의 명예훼손 소송을 당하기도 했던 '초능력자 사냥꾼' 제임스 랜디는 3년 전 별세하기 전 자신이 죽으면 화장한 재를 겔러의 눈에 뿌려달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랜디는 겔러가 이른바 '심령치료'에 관여하려 하며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면서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겔러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겔러는 초능력으로 광맥을 찾아낼 수 있다면서 현재 가치로 건당 300만 파운드(약 50억원)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심령치료를 한 적은 없고 그에게 돈을 준 사람들이 후회할 만큼 거액을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NYT는 두둔했다.
12년간 엄청난 부를 긁어모은 겔러는 공황발작과 거식증, 폭식증, 쇼핑중독 등에 시달리다 1980년대 중반 영국으로 이주해 자녀를 키운 뒤 최근 런던 교외의 호화 저택을 매각하고 이스라엘로 왔다.
현재는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침실 한 개짜리 아파트에서 소박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겔러는 최근 NYT와 한 인터뷰에서 "난 비행기를 놓쳐서 라스베이거스에서 한 번 본 것 외에는 매직쇼를 전혀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2년 한 마술대회에서 자신이 선보인 손안의 씨앗이 자라나는 마술이 평범하다는 지적을 받자 "내가 73살의 나이로 이게 속임수였다고 말할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말하기도 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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