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증권팀 = 새마을금고 사태로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2금융권에서 확산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PF 연체율이 15%대로 치솟은 증권업계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증권사들은 겉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올해 상반기 부동산 PF 부실 위험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충당금을 쌓고 자체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세워 대응에 나섰다.
◇ 증권사들, 부동산 PF 부실 우려에 충당금 쌓고 상각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들은 올해 상반기에 부동산 PF 자산을 회수하지 못할 염려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으면서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A사는 부동산 PF 추정 손실 규모가 전날 기준 223억원으로 집계됐다며 조금이라도 PF 관련 부정적인 징후가 보이면 보수적으로 바로 추정 손실로 잡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B사는 2분기 부동산 PF 관련 신규 충당금만 200억원 정도로 추정해 반영할 계획이다.
대형 C사와 D사는 2분기에 대손충당금을 350억원 안팎씩 쌓을 예정이다.
그러나 증권가 안팎에선 증권사들이 2분기에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는 이보다 훨씬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동산 PF와 차액결제거래(CFD) 사태까지 겹쳐 2분기 충당금 규모가 사별로 500억∼1천억원대로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당분간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적립과 평가 손실 인식에 실적 감소가 불가피한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미래에셋증권[006800], 한국금융지주[071050], 삼성증권[016360], NH투자증권[005940], 키움증권[039490] 등 5개 증권사 합산 2분기 지배주주 순이익 전망치는 7천억원대로 전 분기보다 40%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은 2분기에 양호한 증시 환경에 전통 사업부는 손익은 양호하지만, 부동산 PF와 CFD 관련 충당금 적립과 평가손실 인식으로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 증권사 부동산 PF 연체율 치솟아…위험관리 경고등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위험 관리에 나선 것은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악화에 부실 위험이 확산하는 한편 채권 만기 불일치로 자금시장이 경색될 수 있어서다.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신용공여 잔액은 지난 7일 기준 21조4천665억원으로 집계됐다.
사별로 PF 신용공여 규모는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 KB증권 등이 각각 2조원대 수준이며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하나증권 등은 1조원을 웃돈다.
대체로 규모가 큰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비중이 작아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비중은 작년 말 기준으로 평균 28.7% 수준이다.
그러나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비중은 자기자본의 40%를 넘거나 근접한 것으로 집계돼 부실이 현실화하면 회사 전체에 위험이 번질 우려가 있다.
우선 부동산 PF 연체율이 치솟고 있어 증권사들의 신용도 강등과 실적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15.9%로 금융업권 내에서 가장 높다. 이는 2021년 말의 3.71%보다 4배가 넘는다.
임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부실화 우려는 제한적이지만 적극적인 연체 채권 상각을 통한 연체율 관리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금리와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에 이익 안정성이 크게 훼손되거나 투자자산 부실화 등으로 신용도 하방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은 브릿지론과 분양률이 낮은 본 부동산 PF 우발부채 위험을 주시하고 대형 증권사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 부실화 위험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증권사들 컨틴전시 플랜 가동…"심사강화·선순위 취급·주단위 점검"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위험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 중이다.
대형 D사는 한층 강화된 위험 심사 정책을 마련해 실시하고 있다며 브릿지론과 본 PF에 대한 미분양 증가, 지역별 공급량 과다, 시공비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 가능성을 고려해 리스크 심사부서와 사전 협의를 의무화했다고 전했다.
E사는 신규 투자의 경우 선순위 투자 위주로 위험 관리를 하고 있으며 기존 투자 사업장의 진행 상황을 주 단위로 점검한다고 밝혔다.
F사는 부동산개발금융을 별도로 취급해 사후관리를 하고 있다.
F사 관계자는 "취급 부문은 부동산개발금융 포트폴리오와 취급기준을 별도로 두고 특정 형태와 지역의 쏠림 현상을 방지하고 있다"며 "사후관리는 주간 또는 월간 단위로 개발 진행도를 모니터링해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은 또 대주단 협의체, 캠코의 PF 정상화 펀드를 통한 사업장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부터 부동산 PF 대주단 협약을 재가동해 신규 자금 지원, 이자 유예 등을 포함한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1조원 규모의 부동산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펀드도 오는 9월부터 가동된다.
당국은 또 증권사 부실채권의 신속한 대손상각도 적극적으로 유도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가 이미 '추정손실'로 분류한 자산 상각을 신청하면 이를 신속하게 승인해줄 계획이다.
(윤선희 배영경 송은경 홍유담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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