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회동 통해 금융·부동산 이어 미중협상까지 맡는 위상 확인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6∼9일 중국 방문을 계기로 미중 경제·무역 협상의 중국 측 사령탑이 허리펑 부총리란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관영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들은 지난 8일 있었던 허 부총리와 옐런 장관의 회동 소식을 전하면서 일제히 허 부총리를 "중미 경제·무역의 중국 측 선도인(牽頭人)"으로 표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분야 최측근 참모로 꼽히는 허 부총리가 금융과 부동산 분야를 총괄할 뿐 아니라 대외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인 미중 경제·무역 협상까지 총괄하게 된 것이다.
허 부총리는 시진핑 집권 2기(국가주석 재임기 기준 2018∼2023년) 미중 경제·무역 협상을 이끌었던 류허 전 부총리의 뒤를 이어 미국의 '경제 사령탑'으로 불리는 옐런 장관과 미국의 대중국 고율관세, 과학기술 패권 경쟁 등을 둘러싼 중대 담판을 이끌게 됐다.
또 최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당 서기로 임명된 판궁성 서기는 7일 옐런과 만나면서 이강 현 인민은행장의 후임으로 행장에 내정된 사실을 확인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옐런 장관은 9일 방중 결산 기자회견에서 판 서기를 "인민은행 수장"으로 칭했다.
이와 함께 눈길을 끄는 대목은 옐런 장관이 방중 기간 류허 전 부총리와도 만난 사실이다. 또 중국 측 매체에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블룸버그 통신 등 서방 외신들은 옐런 장관이 2002∼2018년 중국의 중앙은행장으로 장수한 저우샤오촨 전 인민은행장과의 만남 일정도 잡혀 있었다고 전했다.
류 전 부총리와 저우 전 행장은 모두 현직을 떠난 '올드보이'이면서도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널리 인정받아 여전히 중국 경제 정책 수립 과정에서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이들 퇴직자들로 하여금 옐런 장관과 대화하게 한 것은 그들의 영향력이 여전함을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중국이 옐런의 방중을 단지 뜨거운 양자 현안 논의를 위한 공방의 장으로만 여긴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옐런과 대화하게 함으로써 글로벌 경제 및 미중 경제와 관련한 허심탄회한 비공식 논의를 진행하고, 심지어 그의 조언을 구하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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