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가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10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에너지위원회에서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 수립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이달 말 조기 착수하고 신규 원전 건설 필요성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안정적인 전력공급 능력을 갖추기 위해 원전, 수소 등으로 새 공급 여력을 확충할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수의 민간위원도 "산업과 생활 전반의 전기화와 첨단산업 투자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신규 원전을 포함한 새 전원 구성(에너지 믹스)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전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한 현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검토를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2년 주기로 작성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향후 15년에 걸쳐 적용될 전력수급 전망, 발전 및 송·변전 설비 계획 등이 담기는데 여기에는 원전과 신재생, 화력 등의 전원 구성도 다뤄진다. 내년 상반기 확정될 11차 기본계획에 원전 건설이 포함되면 신한울 3·4호기가 반영된 2015년 7차 기본계획 이후 9년 만에 신규 원전이 추진되는 것이다.
향후 전력 수요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에 대한 신규 투자로 인해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일례로 경기도 용인에 들어설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가동을 위해서도 2030년 말까지 0.4GW(기가와트)의 전력이 우선 필요하고, 삼성전자가 5개의 생산라인을 가동하는 2042년에는 7GW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우리나라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신규 원전 건립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은 32.4%, 신재생 에너지 비중은 21.6%로 하기로 목표를 정해 둔 상태다. 지난해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 비중은 29.6%였다. 원전은 비용 측면에서 경제적인 에너지원이다. 한전에 따르면 원전 정산단가는 작년 기준 1kWh당 52.5원으로 유연탄(157.9원), 무연탄(202.4원), LNG(239.3원) 등 다른 발전원에 비해 가장 낮다. 많은 국가가 안전 리스크를 안고도 원전을 포기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원전은 '부대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에 단순히 발전원가로 비교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사고의 위험성,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 사회적 갈등이 야기하는 비용 등이 수반된다. 특히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당장 풀어야 할 숙제다. 산업부에 따르면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원전 가동 비중이 높아져 2031년으로 예상했던 전남 영광 한빛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 시점이 1년 빨라졌다. 다른 지역 원전 내 저장시설도 포화 시점이 줄줄이 앞당겨졌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시설은 부지 선정 단계부터 주민들의 반발로 기약 없이 미뤄진 상태다. 국회에 관련 법안이 3개나 계류 중이지만 논의에 진전이 없다. 원전 건설은 계획이 세워져도 당장 부지 선정부터 해당 지역 반발 등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소지가 적잖다. 전력 수급 여건 변화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신규 원전 건설 필요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