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자대회에서 의학계 주장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최근 논의되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인력을 늘리는 것보다 현재 있는 지원책을 보완하고 이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당근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학계 주장이 나왔다.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11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자대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현재 있는 지원책들이 분절돼 있다고 지적하며 연구중심 의대를 선정하고 집중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신 이사장은 "의사과학자 지원책이 만들어졌지만, 분절화됐고 일몰형으로 만들어져 있다"며 이들을 묶어 전국 3~5개 대학에 집중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선 국립보건원(NIH) 연구비 규모가 미국국립과학재단(NSF)의 5배 이상인 것과 달리 한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연구개발(R&D) 예산을 대부분 쓰고 있다고 지적하고, 보건복지부 지원이 빈약하고 촘촘한 의사과학자 양성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기정통부 혁신본부가 전체 R&D를 총괄한다"며 "과기정통부 이외 R&D가 커 나갈 싹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신 이사장은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포항공대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의과대 신설을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기존 여건 속에서 잠재력을 길러온 40개 의과대학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과학자를 늘리는 것보다 유지하는 데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이사장은 "미국도 의사과학자 100명이 출발하면 단계별로 누수돼 빠져나간다"며 "이들은 낙오하는 게 아니고 개업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퇴로가 있는 이들을 잡아놓으려면 엄청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육성보다 더 필요한 건 유지 정책"이라며 범부처가 연구에 전념할 토양을 만들고 젊은 학생들의 본보기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한상 연세대 의대 종양내과 교수는 임상과 연구를 동시에 진행하는 경험을 소개하며 경제 논리로만 보면 병원에서 연구시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저만 해도 일주일에 200명을 보면 1년에 만 명 정도 진료하고, 진료 수익으로 1년에 100억 원 매출이 나온다"며 "경제 논리로 하면 연구만 시키는 건 말이 안 되는 만큼 지원에서 이런 측면을 고려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는 숫자를 늘리는 데 집중돼 있지만 양성된 의사과학자가 얼마나 잘 정착해 끝까지 갈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며 "연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10년 이상 가야 빛을 보는데 그때까지 살아남지 못하면 어려움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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