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된 갱단원 석방 요구하며 도로 점거·경찰관 억류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시장과 갱단 수장 간 조찬 모임 논란이 불거진 멕시코 한 자치단체에서 갱단과 연계된 주민 수천 명이 이틀에 걸쳐 폭력 시위를 벌였다.
멕시코 정부 치안 총책임자인 로사 이셀라 로드리게스 안보장관은 11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 있는 대통령궁에서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전날부터 이틀째 이어진 게레로주 일부 지역 주민 소요 사태와 관련, "최근 당국이 갱단 핵심 세력에 대해 체포한 것에 대한 반발로 비롯된 항의"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주 멕시코 치안당국은 게레로주를 거점으로 두고 활동하는 '로스 아르디요스' 간부급 2명을 불법 무기 및 마약 등 소지 혐의로 붙잡았다.
이에 대해 게레로주 주도인 칠판싱고를 비롯해 로스 아르디요스에서 관여하는 운송 사업체 직원들과 그 지인 수천 명이 멕시코시티로 이어지는 고속도로(아우토피스타 델 솔)를 점거하고 거세게 저항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이들은 자신들을 막아서는 경찰과 국가방위대를 향해 둔기를 휘두르거나 돌덩이를 집어 던지며 폭력적으로 대응했다.
일부는 주 정부 건물에 난입하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경찰의 무장 전술차량을 탈취해 철문을 부수는 등 일대를 아수라장을 만들었다고 엘우니베르살과 레포르마 등 현지 매체는 보도했다.
경찰과 방위대원 등 13명은 인질처럼 시위대 손에 붙들려 가기도 한 것으로 멕시코 당국은 파악했다.
게레로주 교육 당국은 전날에 이어 이날 시위대 동선에 있는 각급 학교에 휴교를 명령했다. 약탈을 두려워하는 대로변 상점 주인도 이틀째 가게 문을 닫았다.
로드리게스 안보장관은 '작전 실패'라는 여론의 지적에 대해 부인하며 "(폭력 시위자들이) 갱단 소속 2명을 석방하기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해당 지역에 평화를 되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당국의 시위 대응 방침을 옹호하며 "우리는 무력이나 강제 조처를 사용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면서도 "집회·시위의 자유는 보장하지만, 평화에 반하는 일부 시위대 행동에는 적절한 (법적)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시위대 대표단과 협상을 벌인 주 정부와 경찰 등은 이날 오후 상황이 일단락돼, 도로 점거가 풀렸다고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알렸다. 억류됐던 13명은 풀려났고, 전술차량도 되찾았다.
구체적인 협상 타결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시위대 일각에서는 "우린 갱단과 연관돼 있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엘우니베르살은 보도했다.
앞서 칠판싱고에서는 노르마 오틸리아 에르난데스 시장이 로스 아르디요스 수장으로 알려진 셀소 오르테가 히메네스와 아침 식사를 한 사실이 최근 불거진 바 있다.
'파티의 여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교행사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한 에르난데스 시장은 히메네스와 만나 이야기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우연한 마주침"이라고 해명했다.
멕시코 당국은 현재 두 사람의 관계 등에 대해 살피고 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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