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세르비아의 보안기관 수장이 러시아를 돕고 무기 밀매 등 각종 범죄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세르비아 정부 고위층이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된 것은 친러 성향인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이 집권한 2017년 이후 처음이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세르비아 정보국(BIA) 수장인 알렉산다르 벌린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시점이 공교롭다. 동유럽 리투아니아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려 동맹간 단합을 과시하고 있는 도중에 미국이 러시아에 우호적인 국가의 기관장을 제재했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벌린은 발칸 반도에서 러시아의 활동을 돕고 있으며 무기 밀매상이나 마약 유통 조직과도 연계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제재 결정에 따라 미 재무부는 미국 내에 있는 벌린의 자산과 미국인이 관리하는 벌린의 역외자산을 동결한다.
세르비아 집권 연정 정당인 '사회주의 운동' 대표이기도 한 벌린은 부치치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미 정부는 성명에서 "그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러시아의 활동을 도와 서부 발칸 지역의 안전을 저해하고 해당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확대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한 벌린은 현지 무기 밀매상과 유착해 무기가 세르비아 국경을 넘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마약 밀매 조직과도 연계돼 있다고 성명은 덧붙였다.
올 1월 친우크라이나 성향 활동가들은 러시아의 용병기업인 바그너그룹과 동조자들을 고발했는데, 피고발인에 벌린도 포함됐다. 이들은 바그너그룹이 세르비아에서 불법으로 용병을 뽑아 전쟁터에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작년에는 러시아 야당 정치인이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 있을 때 벌린에 의해 도청당했고, 이 대화 녹취록이 러시아 정부에 넘겨졌다는 내용의 세르비아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사회주의 운동 측은 성명을 내고 "미국의 제재는 진실을 왜곡하는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세르비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면서도 서방의 제재에는 동참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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