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고문, 미얀마 쿠데타 후 첫 외국 고위관료 만남…"위기 끝내기 위한 대화 원해"
(방콕·자카르타=연합뉴스) 강종훈 박의래 특파원 = 돈 쁘라뭇위나이 태국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이 수감 중인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 고문을 만났다.
12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 중인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에 참석 중인 돈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근 수치 고문을 만났다며 그가 건강하다고 말했다.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수감 중인 수치 고문과 외국 고위 관료의 만남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그동안 수치 고문의 외부 접촉을 철저히 차단해왔다.
돈 장관은 "지난 9일 그와 만나 한 시간 이상 비공개로 대화했다"며 "그는 위기를 끝내기 위한 새로운 회담을 원했다"고 말했다.
돈 장관은 또 미얀마 위기를 종식하기 위해 미얀마 군부와 교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얀마 군부는 수치 고문이 이끈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압승으로 끝난 2020년 미얀마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이듬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빼앗은 뒤 반대 세력을 유혈 진압해왔다.
수치 고문은 쿠데타 직후 체포돼 부패, 선거 조작 등 각종 혐의로 기소돼 33년형을 선고받고 네피도 교도소 독방에 수감 중이다.
아세안은 2021년 4월 미얀마 군정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 사령관이 참석한 특별정상회의에서 미얀마 내 폭력 중단 등 5개 항에 합의했지만, 미얀마 군정이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아세안은 5개 항 이행을 요구하며 각종 회의에서 미얀마를 배제하고 있다.
하지만 미얀마 군정과 협력 관계를 이어온 태국 현 정부는 지난달 파타야에서 미얀마 군정 외교장관을 초청한 가운데 비공식 다자회담을 열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돈 장관은 당시 '지도자 수준에서 미얀마가 아세안에 완전히 다시 참여하는 방안'을 협의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 미얀마 사태는 가장 중요한 안건이지만, 해결 방안을 놓고 아세안 내부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등은 미얀마 군부에 더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미얀마 군부와 가까운 태국과 캄보디아, 라오스 등은 이를 반대한다.
이와 관련해서 한 외교관은 아세안 외교 장관들이 공동 성명서에 미얀마 문제에 대한 입장을 넣기 위해 조율 중이라고 AFP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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