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시장은 찬바람…中본토인들 몰려와 임대시장은 불꽃 경쟁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현지 고급주택 2채가 호가보다 330억원 싸게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성도일보는 홍콩의 최대 부촌인 피크 지역의 왓포드로드에서 소유주가 동일한 고급 주택 두 채가 각각 호가보다 1억홍콩달러(약 165억원)씩 낮은 금액에 팔렸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12일 보도했다.
각각 373㎡로 침실 4개에 넓은 정원과 수영장이 딸린 이 두 주택의 합산 매매가는 총 5억6천만홍콩달러(약 923억원)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홍콩의 부동산 침체에서 고급 주택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금리 상승과 외국인의 홍콩 유입 감소로 거래가 둔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홍콩 정부가 부동산 시장 지원을 위해 최근 일부 주택담보대출 규정을 완화했지만 분석가들은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과 대조적으로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홍콩의 주택 임대 시장은 중국 본토인들이 몰려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성도일보는 이날 별도의 기사에서 홍콩 정부가 시행하는 다양한 인재 유치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 본토인들이 몰려오면서 홍콩 주택 임대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달 간 카오룽반도 타이와이 지역에서 침실 1개인 월세 1만6천홍콩달러(약 260만원)짜리 소형 아파트들이 시장에 나오자마자 몇시간 만에 바로바로 임대 계약이 성사됐다고 전했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체에 따르면 타이와이 지역 소형 아파트를 찾는 이들의 약 40%는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유학 온 대학생들이고 나머지는 자녀를 홍콩에서 공부시키기 위해 온 중국 본토 가족들이다.
성도일보는 "중국 본토에서 온 이들 중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임대를 선택한다"며 "타이와이 지역이 인기를 끈 것은 여러 대학이 주변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라고 부동산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앞서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10일 한 포럼에서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다양한 인재 유치 프로그램에 10만여명이 지원해 60% 이상이 비자를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리 장관은 "지원자 수는 연간 인재 유치 목표치 3만5천명의 거의 3배로 열광적인 반응"이라며 "홍콩이 세계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곳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고급 인재 통행증 계획'을 개시했다.
세계 100대 대학 졸업자로 3년간 직장 경험이 있는 사람, 지난 1년간 연봉이 250만 홍콩달러(약 4억 원) 이상인 사람에게 2년짜리 취업 비자를 내주는 내용이다.
홍콩이 기존 인재 유치 프로그램에 더해 고급 인재 통행증 계획을 개시한 것은 홍콩인들이 대거 떠난 자리를 메우기 위한 조치다.
리 장관은 작년 10월 시정 연설에서 "지난 2년간 노동 인구가 14만 명 줄었다"며 "글로벌 인재를 적극적으로 쓸어모으겠다"고 밝혔다.
2020년 6월 국가보안법 시행 후 많은 중산층과 지식인들이 영국, 캐나다 등지로 이민을 떠나자 해외 인재들로 그 빈자리를 채우겠다는 것이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