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주최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엑스포 유치, 낙관적으로 생각"
"중국 리오프닝 기대 너무 컸다"…엑스포는 '관계 다양화' 기회
(제주=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며 "연내에 좀 풀려나가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30부산엑스포 유치지원 민간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 회장은 엑스포 유치가 시장 개척의 기회라며 "(유치 가능성에 대해) 가능하면 낙관적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 "반도체 업다운 사이클 진폭 커져"…"주도권 잃지 말아야"
최 회장은 12일 대한상의 주최 제주포럼을 계기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부진을 겪는 반도체 업황과 관련, "업다운 사이클이 빨라질 뿐 아니라 진폭 자체가 커지는 문제점에 봉착하고 있다"며 "그래서 널뛰기가 훨씬 심해지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쇼크(충격)가 여러 가지로 겹치고 있다"며 코로나 팬데믹과 미중 갈등 등을 그 원인으로 꼽고 "(반도체가) 주축 사업인데 지속적으로 뭘 하기 어려운 것 같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 상황 등 우리에게 건강해 보이지 않는 신호가 일어나고 있다"면서도 "마냥 수렁으로 내려가는 것은 아니고 더 나빠지지 않고 업사이클로 올라가는 흐름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회복 시점으로는 6개월∼1년 정도를 예상했다.
미중 갈등과 공급망 문제 등에 대해서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기업 경쟁력 자체에 개입하는 일들이 생겼다"며 "이제는 정부 플러스 기업의 경쟁 형태"라고 했다.
최 회장은 "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하겠지만 이제는 밖에 나가서 저희(기업)만으로 이길 수 없는 상태"라며 "정부와 민간이 '원팀'이 돼서 활동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에 1위를 내준 디스플레이 산업을 예로 들며 "우리가 대응을 잘해서 주도권을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은 잃지 말고 끌고 나가야 한다. 한번 없어진 주도권은 회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관(官)에서 이해도가 떨어진다고는 생각 안한다"면서도 "다만 '도와달라고 하면 지원해줄게'와 같은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문제가 생길 것 같으니 미리 투자하고 미리 움직이는 방향으로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중국 리오프닝 효과 안나…기대가 너무 컸다"
최 회장은 미중 갈등과 관련, "시장이라는 관점에서 중국 시장을 다 잃어버리거나 급격하게 떨어지면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고 내부 혼란이 이어지기 때문에 그건 가장 조심하고 잘 관리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제주포럼 기조강연에 나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우리가 미국, 일본과 가까워진다고 해서 중국을 배척할 이유가 없다"며 "중국 시장은 반드시 우리가 공략해야 할, 그리고 활용해야 할 시장이다. 13억 시장을 우리가 열어야 기회가 커진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중국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한다고 했는데 그만큼 효과가 안 난다"며 "우리의 기대가 너무 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불황에서 탈피하고 싶어서 중국이 잘됐으면 하는 기대가 있지만, 중국도 좋은 형편이 전혀 아니다"라며 "시장이 쪼개지는 과정에 있다 보니 실제로 들어가는 비용 대비 경제적으로 떨어지는 낙수효과가 많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과거처럼 좋은 물건을 싸게 잘 만들어서 하나의 시장에 내놓으면 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 회장은 "앞으로는 하나의 공통된 시장이 아니라 쪼개져 있는 수많은 시장을 상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부산엑스포가 중요한 기회라며 엑스포 유치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최 회장은 "후대에 미중일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독립적으로 살려면 그만큼의 복잡한 관계를 다 만질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엑스포만큼 좋은 게 없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우리는 70년 전 최빈국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안에 들어가는 큰 경제국이 됐다"며 "외국에서 많은 원조를 받은 만큼 국제사회에 기여할 필요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엑스포가 단지 하드웨어나 기술을 자랑하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인류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하나의 솔루션 플랫폼 형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88올림픽과 월드컵도 지나고 나니 의미가 있었고 우리에게 디딤돌로 작용했다"며 "2030년에 엑스포를 치르게 되면 우리는 전혀 다른 국가가 될 공산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관계를 다양화할 기회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 "'솔루션 플랫폼' 효과 있어"…엑스포 유치는 '음수사원'
엑스포 유치 가능성을 묻자 "내부에서도 낙관과 비관이 충돌한다"면서도 "일단 낙관적으로 된다고 생각하는 가정하에 (유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미 120개국 정도를 확보했다고 얘기하는 것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보지만 대세론을 몰아야 더 쉬워지니까 그것도 전략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프랑스·베트남 순방에 동행한 이후 다시 유럽을 찾아 여러 나라를 돌며 엑스포 유치 활동을 한 뒤 3주 만에 귀국했다. 지금까지 엑스포 유치를 위한 미팅만 680회가 넘는다.
이 과정에서 대한상의가 지난 3월 개설한 솔루션 플랫폼 '웨이브'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브는 집단지성을 통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발전시켜 실행하는 자발적 솔루션 플랫폼으로, 대한상의는 웨이브에 태평양 도서국 국가관을 개설한 데 이어 11월까지 전체 지구촌 국가관을 온라인상에 지을 계획이다.
최 회장은 "(웨이브가) 표를 따는 데 효과가 있다"며 "'부산엑스포 개최가 나 좋자고 하는 게 아니라 너 좋자고 하는 거다, 너희 나라 소셜 이슈를 같이 풀어나가자'고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내 나라의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솔루션을 풀려고 애써주고 있고, 그걸 서포트하겠다는 기업과 시민이 나서서 이 문제를 토의하고 같이 얘기하고 있다는 게 그 나라로 보면 여태까지 기대치 않았던 얘기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엑스포 유치 활동에 대해서는 '물을 마실 때 근원을 생각하라'는 뜻의 사자성어인 '음수사원'(飮水思源)을 인용했다.
최 회장은 "내가 우물물을 먹은 건 누가 우물을 파줬기 때문이고 그 빚이 남아있다"며 "우물을 팔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우물을 파서 누군가 물을 마실 수 있게 하는 게 내가 가진 책무"라고 설명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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