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美연구진, 20년간 위성으로 색 변화 추적하고 기후변화 영향 분석
"식물성 플랑크톤이 원인…바다 생태계 불균형 초래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기후 변화가 바다 색깔까지 바꿔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검푸른 바다색이 녹색에 가깝게 바뀌었는데 최근 20년 새 전 세계 바다의 절반 이상에서 이런 변화가 나타났다.
12일(현지시간) 미국 CNN·CBS 방송과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국가해양학센터(NOC)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 바다의 56%에서 색이 변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네이처지에 게재했다.
바다 색깔 변화는 자연적이라고할 수 없는 수준이었으며 특히 열대 지역의 바다는 더 녹색으로 변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환경감시위성 '아쿠아'를 활용해 맨눈으로는 알아보기 어려운 바다 색깔의 변화를 관측했다.
위성 자료를 바탕으로 바다 표면에서 초록색 또는 파란색 빛이 얼마나 반사되는지를 추적해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바다색의 변화 정도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또한 기후변화가 바다색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해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대기오염이 있을 때와 없는 경우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 이를 실제 관측 결과와 비교했다.
시뮬레이션에서는 온실가스가 대기에 추가될 경우 지구 바다의 약 50%에서 색깔이 변할 것으로 나타났는데, 실제로 관측된 바다색 변화 정도와 거의 일치했다.
전 세계 바다의 56% 이상에서 색 변화가 감지됐으며 이는 지구상 모든 육지를 합친 면적보다 더 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바다색의 변화는 적도에 가까운 저위도 바다에서 심했다.
연구에 참여한 BB 카엘 NOC 연구원은 "열대 또는 아열대 바다 거의 모두에서 색상 변화가 현저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구진들은 바다색 변화가 바다 표면 미생물 생태계에 이미 기후변화 영향이 미치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바다 색깔은 상층부를 구성하는 물질에 따라 달라진다.
바닷물이 햇빛 가운데 붉은색을 흡수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바다는 파란색(blue)을 띤다. 검푸른색(deep blue) 바다는 물속에 빛을 반사할만한 생명체가 거의 없다는 의미다.
녹색(green) 바다는 물속에 사는 생명체에 빛이 반사될 때 나타난다. 바다색이 녹색으로 변하는 것은 엽록소를 가진 식물성 플랑크톤을 기반으로 하는 생태계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녹색으로 변한 바다 상층부의 생태계가 정확히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섬세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해양 생태계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의 변화는 먹이사슬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크릴새우, 물고기, 바닷새, 해양 포유류 등 큰 유기체를 뒷받침하는 먹이사슬의 기초를 형성한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스테파니 두트키에비츠 MIT 공대 변화과학센터 선임 연구원은 "모든 변화는 생태계의 자연적 구성에 불균형을 초래한다"며 "이 같은 불균형은 바다가 계속 더워지면 시간이 지나면서 더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플랑크톤마다 흡수하는 탄소의 양이 다르기 때문에, (식물성 플랑크톤의 변화가) 탄소를 저장하는 바다의 능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트키에비츠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로 놀랍지는 않지만 두려워할 만하다면서 "인간이 촉발한 기후 변화가 지구 시스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경종을 울리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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