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협의그룹, 나토식 핵공유와는 다르나 아주 강도 높은 협의체"
"中, 뒷마당서 핵참사 원치 않아…北과 협상하고 中역할 찾아야"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척 헤이글 전 미국 국방장관은 16일(현지시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이전의 북한 최고지도자들보다 훨씬 위험하고 무모하다면서 한미 양국이 더 강력한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헤이글 전 장관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해 연합뉴스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언급하고, 북한의 핵 보유는 중국의 이익과도 상충한다면서 북한이 책임있게 행동하도록 중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며 '중국역할론'을 강조했다.
헤이글 전 장관은 미국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 출신으로, 민주당 소속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지난 2013년 2월부터 2015년 1월까지 국방장관을 지낸 초당파적 인사다.
그는 먼저 최근 10년간 한반도의 지정학적 변화와 관련, "북한이 한층 위험한 도전으로 부상했으며, 중국의 영향도 부정할 수 없다"며 "미중 관계는 역대 최악의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그는 최근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을 비롯해 작년부터 잇따라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김 위원장에 대해 "그의 아버지나 할아버지와 동일한 부분도 있지만, 다른 성격의 소유자"라면서 "그는 한층 위험하다. 아버지나 할아버지만큼 주의 깊지 않으며, 훨씬 무모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김 위원장)가 미사일을 쏘는 이상 더 (강력한 도발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고, 허풍이라는 지적도 있다"면서 "그러나 거기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북한의 한층 더 강력한 도발 가능성을 경고했다.
헤이글 전 장관은 이처럼 북한의 증대된 위협과 더불어,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로 부상한 중국의 존재 속에 한미 동맹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때 윤 대통령을 면담한 그는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채택한 워싱턴 선언에 대해 "양국의 안보 약속에 대한 재확인이며 공동 방위를 포함해 경제와 기후 변화 등 포괄적 문제에 있어 양국의 공조를 재확인하는 강력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
또 워싱턴 선언 후속 조치로 오는 18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에 대해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공유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나토는 전혀 다른 상황이고, 참여국도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양국간 실질적 논의 진전을 위해선 "정직하고 실용적으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며 "이 그룹의 실체가 '협의'에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하지만, 동시에 아주 강도 높은 협의라는 것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일각에서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는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한국인과 한국 정부가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개인적으로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협상하는 것이 현명한 길"이라며 "중국 역시 이 과정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지정학적으로 중국 또한 자신의 뒷마당에서 핵참사가 벌어지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북핵은 중국의 이해와도 상충한다"고 강조했다.
헤이글 전 장관은 또 현재 인도·태평양 역내 상황을 고려할 때 한미일 삼각 공조 강화가 절대적이라고도 했다.
그는 "한미일 삼각 동맹은 북한의 위협에다가, 사방으로 뻗어가고 있는 중국 등 현재 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현시점은 어느 때보다 한미일 삼각 공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역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의 오랜 이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미래"라며 "오늘은 이미 가 버린 것이고,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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