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APEC 미중회담 통해 중국 다루는 역량 보여주고 싶어 해"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외교, 경제, 글로벌 현안 등 각 영역별 고위급 대화 채널을 빠른 속도로 복원하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미·중 간에는 지난달 18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6∼9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각각 중국을 방문함으로써 외교 분야와 경제 분야 고위급 대화가 본격 재개됐다.
또 블링컨 장관과 중국의 외교라인 1인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이 13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회의 참석을 계기로 24일 만에 재회해 양자회담을 했다.
그리고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가 16일부터 19일까지 중국을 찾는 것으로 발표됐고,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의 중국 방문에 대해서도 현재 양측 간에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중국 상무부가 13일 밝혔다.
미중 대화채널은 보통 외교, 국방, 경제, 글로벌 현안 등 4가지 범주로 구분되는데 2월 초 중국 정찰 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의 미국 영공 진입 사건 이후 거의 전면적으로 파행을 겪어왔다.
하지만 지난달 블링컨 장관 방중 이후 외교·경제 채널은 이미 복원됐고, 글로벌 현안의 경우 기후 문제를 논의할 케리 특사의 방중을 계기로 복원이 예정돼 있다.
국방 분야가 미개통 채널로 남아있으나, 셰펑 주미 중국대사와 일라이 래트너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의 최근 회동이 개통을 향한 신호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양측은 고위급 대화 재개 이후로도 중국 해커들의 미 당국 해킹 의혹 등으로 서로 으르렁대고 있지만, 첨예하게 갈등하고 경쟁하면서도 고위급 소통은 이어가는 '대화 있는 갈등기'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미중이 대화를 통해 얻으려는 목표가 달라 앞으로 상황을 마냥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미국은 양국 갈등이 무력 충돌로 비화하는 것을 막으려는 '가드레일'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중국은 대화를 통해 미국의 전반적인 대중국 포위·견제 정책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미중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의 이름으로 미국이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 대중국 수출 통제와 제재를 계속할 경우에도 중국이 대화 채널을 지금처럼 유지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한 외교 전문가는 미국이 11월 15∼17일(현지시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미중 양자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로드맵 하에, 미중 충돌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현재 중국과의 고위급 대화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인민대 진찬룽 교수는 14일 자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모든 전선에서 중국과의 대화를 절실히 추구하는 이유는 백악관이 악화하는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하고 안정시키길 원하기 때문"이라며 "바이든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두 나라 사이에 어떤 극단적인 사건이나 직접적인 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진 교수는 "바이든은 APEC 정상회의를 자신의 재선을 위한 포인트 적립 기회로 보고 있다"며 "미국에서 중미 정상회담을 실현한다면, 그것은 그가 중국과의 복잡한 관계를 다루는 데 있어 공화당 경쟁자보다 더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미국 고위관리들이 미중 정상회담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 주기를 희망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최근 미국이 중국과의 고위급 대화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진 교수는 설명했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