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유엔대표부 초청행사서 각국 외교단에 北인권 참상 증언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탈북민 출신 청년 리더들이 14일(현지시간) 유엔 외교관들에게 북한의 인권탄압 문제를 고발하고 중국의 협조를 촉구했다.
'탈북청년지도자대회' 소속의 젊은 탈북민 10명은 이날 미국 뉴욕 주유엔대표부에서 각국 외교단과 외신 기자 등 100여 명을 상대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각자의 경험과 견해를 소개했다.
글로벌평화재단의 이현승 연구원은 "중국이 탈북민을 괴롭히고 북한에 돌려보내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는 우리와 함께 북한이 인권 상황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 문제로 익명을 요청한 한 탈북 여성도 "중국 정부는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중국은 난민협약과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따라 정치적 박해와 심각한 고문 위험에 처한 탈북민을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한국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임철 씨는 중국 정부의 탈북민 송환은 "불법적이고 반인도적"이라며 "탈북민은 경제적 곤궁으로 불법 월경한 것이지 난민협약상 난민의 정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중국의 입장이지만, 떠나온 뒤에라도 박해 위험이 있다면 난민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임 변호사의 가족도 단지 생존을 위해 중국 국경을 넘었을 뿐이지만, 처벌 위험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었고 부친은 한 차례 북송돼 모진 고문을 당했다고 한다.
그는 "탈북민들은 중국 내 불안한 법적 지위 때문에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고 있다"며 "중국 정부에 난민의정서 준수를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역시 익명을 요청한 한 탈북 남성은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성적 인신매매 피해를 보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인권 상황에 관한 김정은 정권의 책임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컸다.
익명의 탈북 남성은 시도 때도 없이 이뤄지는 경찰의 가택 수색과 영화·드라마 시청 금지, 인터넷 접속 제한 등의 사례를 들며 "북한 정권은 주민들을 외부 세계와 계속 고립시켜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사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정착한 또 다른 탈북 남성은 북한 정권의 외화벌이를 위한 해외 IT(정보기술) 노동자로 일했던 경험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버는 거의 모든 돈이 북한 정권의 미사일 개발 등으로 흘러간다"며 "계약서도 없이 일했다"고 전했다.
컬럼비아대 석사과정인 이서현씨는 중국 유학 중 가장 친한 친구가 자신의 눈앞에서 끌려가는 광경을 목격했다며 눈물을 흘린 뒤 "김정은 정권이 악행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이들은 단지 탈북자가 아닌 젊은 리더들"이라면서 "내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 인권 문제의 쟁점화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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