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의 대표적인 민주당 텃밭 일리노이주에서 노동조합은 주요 정치세력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특히 교사노조는 학생 권익에 배치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고 정책전문매체 '일리노이 폴러시'(IP)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노조는 자신들이 선호하는 정책을 밀어부치기 위해 일리노이 주의회 의원들에게 2010년 이후 총 1억3천300만 달러(약 1천700억 원)에 달하는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3분의1이 넘는 4천500만 달러(약 570억 원) 이상은 '미국교사연합'(AFT)·'전미교육협회'(NEA) 등 교사노조로부터 왔다.
IP는 일리노이주 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인용, 교사노조는 2010년부터 지난 6월 6일까지 일리노이 주의회 현역 의원 177명(상원 59명·하원 118명) 가운데 142명에게 총 4천500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전했다.
일리노이 주의원 5명 중 4명꼴로 교사노조의 돈을 받은 셈이다. 특히 돈 하몬 주상원의장(56·민주)과 이매뉴얼 크리스 웰치 주하원의장(52·민주)에게 각각 200만 달러(약 25억 원)·247만 달러(약 31억 원)가 전달됐다.
교사노조의 일리노이 주의회 정치기부금 가운데 시카고 교사노조(CTU)가 낸 기부금은 300만 달러(약 38억 원)로 이 돈은 시카고뿐 아닌 주 전역의 현역 의원 87명에게 나눠 지급됐다.
IP는 "그런 다음 교사노조는 기부금을 받은 의원들을 상대로 그들이 선택한 정책과 정치적 의제를 관철하기 위한 로비를 벌인다"며 "CTU는 2011년부터 2022년 사이 주의회에서 발의된 480건의 법안 입법 과정에서 1천360차례 이상 찬성 또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CTU가 정치자금 기부를 통해 일리노이 주의회에서 세를 행사하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라며 "정치자금 기부와 로비활동은 노조와 주민·학부모 의견이 상반될 때 노조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시카고를 비롯한 미 전역에서 뜨거운 논란이 되는 '학교 선택권'을 예로 들었다.
IP는 여론조사기관 '에첼론 인사이트'(Echelon Insights)와 공동조사한 결과 일리노이 주민 64%가 '학교 선택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아울러 공립학교에 적응이 어려운 저소득층 학생이 사립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급하는 기부자들에게 세금공제 혜택을 주는 '인베스트 인 키즈'(Invest in Kids)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63%가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리노이교사연합(IFT)과 CTU 등 교사노조는 '학교 선택권'에 반대하며 2017년 발효된 '인베스트 인 키즈' 법 폐지를 요구하는 로비를 적극적으로 펼쳤고, 이 프로그램은 2025년 1월 1일부로 종료된다.
IP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저소득층 학생들을 지원하는 장학금은 노조가 정치인들에게 쏟아붓는 돈과 비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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