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등 기대 자극해 공모주 투자 열풍 낳아…스팩株도 급등세
"공모주 테마주化 현상, 새로울 것 없어…효과 기다려야" 반론도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새내기주의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을 공모가의 최대 4배까지 허용해준 규정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개정된 규정이 투자자들의 속칭 '따따블'(4배)에 대한 기대감을 자극해 투기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시행된 지 아직 한 달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두고 봐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가격제한폭 확대 조치가 시행된 이후로 신규 상장한 종목들은 대부분 상장 첫날 급등세를 보였다.
공모가 대비 상장일 종가를 비교해보면 시큐센[232830]이 205% 상승했고, 이노시뮬레이션[274400](133.3%), 필에너지[378340](237.1%) 등도 크게 올랐다. 오픈놀[440320](57.5%)과 알멕[354320](99%)은 기존 변동폭(160%)보다 낮은 가격에 종가를 형성했다.
이 중 시큐센과 이뮬레이션은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을 넓혀 균형가격 발견 기능을 제고한다'는 본래 취지와 달리 상장일 이후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상장 첫날 공모가의 3배까지 올랐던 시큐센은 현재 1.5배 수준이며, 이노시뮬레이션은 상장일에만 '반짝' 오르고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가격제한폭 확대가 주가 급등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려 공모주 청약 시장은 뜨거워지고 있다.
필에너지, 센서뷰, 와이랩, 뷰티스킨 등 이달 들어 일반청약을 받은 공모주는 모두 1천대 1을 넘는 경쟁률과 조 단위의 증거금을 기록했다.
필에너지는 증거금 15조8천억원을 모아 올해 최대 기록을 경신했고, 13∼14일 일반 청약을 받은 뷰티스킨은 주관사인 DB금융투자[016610] 서버에 접속이 몰리자 과부하가 걸려 전산 장애를 겪기도 했다.
공모주 투자를 '광풍'이라고 부를 만한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주다. 이달 신규 상장한 교보14호스팩[456490], DB금융스팩11호[456440]는 상장 첫날 각각 240%, 123% 오른 채 마감했다.
반면 올해 1∼6월 신규 상장한 스팩주 12개는 미래에셋비전스팩2호[446190] 한 종목을 제외하고 모두 상장 당일 등락률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최근 일반 공모청약을 받은 SK9호스팩은 청약 경쟁률이 600대 1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팩주로서는 이례적인 기록이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스팩은 이름 그대로 비상장기업의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기에 일반 신규상장 종목과 다르게 합병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실체가 없다"며 "무리한 변동성으로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될 수 있어 향후 신규 스팩에서도 투기적인 움직임이 관찰될 경우 보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반면 금융당국과 거래소의 상장일 가격제한폭 확대 조치는 이제 막 시행되기 시작한 만큼 효과를 보려면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얼마 되지 않았고 사례도 적다"며 "공모주는 이미 이전부터 테마주 비슷하게 변질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는 과도기적 현상"이라며 "테마주처럼 공모주에 투자하는 게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걸 결국은 투자자들도 학습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래소 관계자는 "제도로 개인의 투기적 거래를 모두 차단할 수는 없다"며 "신규 상장 종목이 연일 상한가를 쳐서 가격발견을 제때 하지 못하는 문제는 일단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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