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만 인근 中 잠수함 감시 역할 요구했지만 일본은 답변 미뤄"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일본이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해 미국과 대만 방어 계획을 논의하고 있지만 직접 군사력을 투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양국간 관련 논의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 미국은 지난 1년여간 일본에 대만 인근 바다의 중국 잠수함을 수색하는 등 군사적으로 기여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아직 아무런 확약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일본은 대만 섬에서 불과 113㎞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데다, 남쪽 오키나와섬에 미군 5만4천명이 주둔 중이라는 점에서 대만해협 유사시 대응 차원에서 미국에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꼽힌다.
중국의 대만 침공 움직임이 현실화하는 것을 가정했을 때, 미국이 주일미군기지를 통해 대응에 나서려면 1960년 체결된 미일상호안보조약에 따라 일본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WSJ은 "일본은 이를 거절할 경우 자국 안보를 보장해주는 동맹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승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압력을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이 직접 전쟁에 뛰어들도록 하기는 훨씬 어려울 것"이라며 "일본 지도자들은 대만 전쟁에서의 역할에 대한 공개 언급을 회피하는데, 이는 일반적인 국내 여론이 분쟁에 얽히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모리 사토루 게이오대 정치학과 교수는 "대만 방어를 위해 목숨을 걸 것이냐는 물음을 던진다면, 아마 현시점에서 일본인의 90%는 '아니다'라고 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은 최근 중국 군사력 증강에 대응해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기타 군사설비 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자국 방어 차원"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일본은 전후 만들어진 '평화헌법'에 입각해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했지만,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인 2015년 9월 제·개정된 안전보장관련법에 따라 자위대가 동맹국 등 다른 나라를 무력으로 보호하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한편 WSJ은 연초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시뮬레이션한 내용을 보면 미국은 일본과 호주 등 동맹국 지원을 받는다면 중국의 대만 침공을 저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전했다.
특히 일본의 함정과 항공기가 중국 선박을 저지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WSJ은 "중국이 주일미군기지를 공격할 경우 일본도 더는 주저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중국의 동맹인 러시아나 북한이 일본을 공격하거나,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위협하기까지 확전되는 것이 일본의 가장 큰 우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 일본이 왜 대만 방위에 나서야 하는지에 대한 공개적 토론이 부족하고 ▲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가 미국의 지시에 무조건 따른다는 인상을 주기를 꺼리는 데다 ▲ 평화헌법 체제에서 뿌리내린 군에 대한 문민 통제 등을 일본 군사력 투입의 걸림돌로 꼽았다.
일본 방위대신 정무관을 지낸 마쓰카와 루이 참의원은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가능하다면 함께 싸울 것"이라면서도 "일본이 최전선에 설 것 같지는 않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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