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홍콩 개최 '게이 게임'에 해외서 잇따라 불참 선언…대회 취소 주장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오는 11월 홍콩에서 열릴 예정인 성소수자(LGBTQ)들의 스포츠 축제 '게이 게임'(Gay Games)이 홍콩국가보안법을 둘러싼 우려가 제기되면서 타격을 입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해외 관리와 참가자들이 홍콩국가보안법을 실수로 위반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홍콩 '게이 게임' 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대회 조직위가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 홍콩의 일부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들은 대회 취소를 주장하고 있다.
1982년을 시작으로 4년마다 개최된 '게이 게임'의 직전 대회는 2018년 파리에서 개최돼 당시 1만명이 참가했다.
홍콩 대회는 원래 작년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연기돼 올해 11월 3∼11일 열린다.
'국제 게이 게임 연맹'의 명예 종신 회원인 미국의 섀미 크레이머는 SCMP에 "홍콩에 안전과 안보 이슈가 있다"며 "미국과 다른 정부들은 여행자들에 위험을 초래하는 (홍콩의) 자의적 법 집행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자신이 국제 게이 게임 연맹에 홍콩의 게이 게임 개최를 허가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콩국가보안법은 과거 홍콩을 비판했던 사람은 누구라도 홍콩 입국 시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의 홍콩은 2016년 게이 게임의 개최지로 선정됐을 때와 같은 도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홍콩의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들도 누구라도 과거에 중국이나 홍콩을 비판했던 사람은 홍콩에 도착 즉시 체포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2002년 시드니 게이 게임 조직위의 일원이었던 케이트 로이는 올해 홍콩 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면서 "엄청난 안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호주인이 홍콩 거리에서 무지개 깃발을 흔들 경우 그들은 기소될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앞서 지난 2월 홍콩의 성소수자 스포츠 단체는 현지 마라톤 대회에서 경찰이 자신들에게 무지개 깃발을 치우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무지개색은 성소수자를 상징한다.
게이 게임의 대만 사무소도 일찌감치 홍콩국가보안법에 대해 우려하면서 홍콩 대회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6월 30일 시행된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홍콩 게이 게임 조직위는 목표치를 낮춰 약 3천명의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조직위는 참가 예정자들에게 홍콩이 방문하기에 안전한 도시이고 범죄율이 낮다는 것을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는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나라나 지역에서처럼 현지 법을 준수할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직위는 18개 종목의 경기가 펼쳐질 것이라며 이달 5일 현재 1천600여명이 참가 등록을 했다고 밝혔다.
홍콩 경찰 대변인은 무지개 깃발을 흔들면 기소될 위험이 있냐는 질의에 직접적인 답을 하지 않으면서 공공 행사에 대해서는 건별로 종합적인 위험 평가를 수행할 것이라고 SCMP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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