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야 총통후보들 앞다퉈 미국방문…미중 셈법도 복잡

입력 2023-07-18 11:42  

대만 여야 총통후보들 앞다퉈 미국방문…미중 셈법도 복잡
라이칭더, 안보 연대로 지지 확보 기대…허우유이, 친중 색깔 희석 의도
中, 대만 유권자 자극할라 조심…美, 디리스킹 핵심 대만 끌어안기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앞두고 대만의 여야 후보들이 앞다퉈 미국 방문 계획을 밝힌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대만 문제가 미·중 간 경제·안보 대립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대만 총통 선거가 갈수록 미중 대리전으로 가고 있어서다.
중국은 대만 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 정권을 교체하길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으나, 미국은 이에 반대하는 형국이다.

18일 중화권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 후보는 8월 15일 산티아고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계기로 미국을 방문하며, 제1야당인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도 9월 중에 미국을 찾는다.
라이 후보는 중국과 대만 내 친중 세력의 반발을 우려해 방미 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파라과이 방문을 전후해 미국을 경유하며 미 의회·행정부 인사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차이잉원 총통의 방미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 권력서열 3위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접견할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이에 전날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어떠한 형식의 미국과 대만 사이 공식 왕래도 단호히 반대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라이 후보는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지난 4월 차이잉원 총통의 매카시 하원의장 접견을 빌미로 중국군이 벌인 대만 봉쇄 무력시위를 부각하는 '반중' 안보 이슈로 승부를 걸겠다는 심산이다.
라이 후보는 지난 10일 '이란(宜蘭) 해외여행자 지원협회 심포지엄'에 참석해 "내년 1월 선거는 중국 또는 미국을 선택하는 선거"라고 밝혀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따라서 그의 이번 미국 방문 계획은 양국 간 안보 연대 강화로 대만 유권자의 지지를 얻겠다는 계산인 듯하다.
이에 국민당 허우 후보는 9월 미 뉴저지주에서 열리는 대규모 화교 연차총회를 계기로 미국을 방문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이는 국민당의 친중 노선을 고려한 행보로, 허우 후보는 방미로 친중 색깔을 희석함으로써 대만의 중립 성향 유권자에 다가서겠다는 의지로 비친다.
중국은 2016년 차이 총통 집권 이후 대만 정부와 아예 접촉을 꺼려왔으며, 내년 총통 선거에서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다져왔다.
중국은 국민당을 공식적인 대화 파트너로 삼아 지난 2월 샤리옌 국민당 부주석, 4월 초순 마잉주 전 총통, 5월 초 롄성원 국민당 부주석을 잇따라 방중 초청해 융숭히 대접하는 등 국민당을 노골적으로 지원해왔다.

그러나 바람과는 달리 허우 후보 지지율이 부진하자 중국은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국은 친중 세력인 허우 후보의 당선으로 대만 정권이 교체되는 걸 최선으로 본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중도 성향으로 꼽히는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 당선을 차선책으로 보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대만 유권자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적어도 내년 총통 선거 때까지 작년 8월과 지난 4월의 대만 봉쇄 군사훈련과 같은 대규모 무력시위를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럼에도 중국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여러 형태의 군사적 위협, 심리전, 경제·무역 압박, 인터넷 해킹 등의 수단으로 사실상 대만 총통 선거에 개입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되, 그 표현은 양안(중국과 대만) 각자의 편의대로 한다"는 이른바 '92공식'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92공식은 1992년 11월 반관반민 성격의 중국해협양안관계협회(이하 해협회)와 대만해협교류기금회(이하 해기회)가 합의한 것이지만, 민진당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본심'을 잘 드러내지는 않으나, 민진당의 집권 연장을 바란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만,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첨단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서방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과 관련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TSMC 등을 보유한 대만의 역할이 지대한 것도 미국이 대만을 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여기에 미국은 세계 3대 국제수송로이자 동아시아의 전략 거점인 대만해협과 대만을 중국이 장악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 미국 의회 지도자들은 민주·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친미 성향의 민진당을 적극 지지한다.
미국은 대만 문제를 가능하면 정치 이슈화하지 않으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데 주력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전날 라이 후보의 내달 방미에 대해 "이동 거리를 고려할 때 (미국을) 경유하는 것은 일상적이며 지난 수십년간 10명의 대만 부총통이 미국을 경유했다"면서 "중국이 이를 도발적 행동의 명분으로 삼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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