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벤치마크' 주도권 잡으려…반응은 '뜨뜻미지근'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AI) 규제법 도입을 추진하며 관련 논의를 주도해온 유럽연합(EU)이 아시아 국가들의 동참을 끌어내기 위해 물밑 로비전에 나섰다고 로이터 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 및 각국 고위 관리들에 따르면 EU와 회원국들은 AI 규제 도입과 관련해 최근 인도, 일본, 한국, 싱가포르, 필리핀 등 아시아 10여개국에 당국자를 파견했다.
AI와 관련해 EU가 추진하는 것과 같이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야 할 필요성을 각국에 설득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유럽의회는 지난달 세계 최초 AI규제법 관련 협상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순조롭게 입법이 마무리되면 2026년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로이터는 "EU는 자신들이 마련한 AI법안이 나날이 발전하는 AI 기술과 관련한 '글로벌 벤치마크'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EU가 2018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수준의 개인정보 보호법인 일반정보보호법(GDPR)을 발효시켜 국제사회에서 개인정보 관련 논의를 이끌었던 것처럼, AI 분야에서도 선도적 위치를 점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제안에 아시아 각국 정부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한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AI·반도체 산업 논의를 위해 찾아온 티에리 브르통 EU 역내시장 담당 집행위원과 만난 후 "EU와 규제에 대해 계속 논의하겠지만, 주요 7개국(G7)에서 무엇이 진행되는지에 더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G7은 지난 5월 일본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AI 통제와 관련한 국제 규범의 틀을 만들기 위해 '히로시마 AI 프로세스'를 가동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의 경우 기술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고 있는 데다 반도체 분야 선두로 올라서고자 하는 고려로 인해 EU의 엄격한 AI 규제보다 완화된 규칙을 적용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설명이다.
싱가포르의 한 당국자는 "그런 규제를 적용하기에 앞서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를 지켜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필리핀도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성급한 규제 움직임은 AI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 동남아시아 국가는 자체적으로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다만 EU는 일본, 한국, 싱가포르 등 '디지털 파트너십'을 체결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AI 협력과 관련한 공감대를 넓혀갈 수 있다고 낙관하는 분위기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한국 및 일본으로 향하는 길에 로이터 기자와 만나 "우리는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어 서로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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