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구팀 "언어 장벽, 경력·학문 발전 저해…낡은 시스템 버려야"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과학 분야에서도 언어가 높은 장벽으로 작용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과학자들의 경력 개발을 가로막고 학문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퀸즐랜드대 아마노 타츠야 박사팀은 19일 온라인 과학저널 '플로스 생물학'(PLOS Biology)에서 환경과학자에 대한 온라인 조사 결과 언어 문제로 인한 비영어권 출신의 학술지 논문 게재 거부 비율이 원어민 과학자의 2.6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생태학 등 환경과학 분야에서 최소 1편 이상 제1 저자로 영어 논문을 발표한 과학자 908명을 대상으로 논문 발표와 학회 참석 등 과학분야 활동과 관련한 언어 문제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에 참여한 과학자의 국적은 일본이 294명, 영국 112명, 스페인 108명, 방글라데시 106명, 볼리비아 100명, 네팔 82명, 우크라이나 66명, 나이지리아 40명이다.
아마노 박사는 "영어는 전 세계 인구의 대다수인 비영어권 과학자들에게 극복하기 어려운 장벽이 되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이들이 영어 때문에 겪는 다양한 불이익과 비용을 정량화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고 연구 배경을 밝혔다.
분석 결과 비영어권 출신 과학자들은 논문 읽기, 쓰기, 출판, 배포, 학회 참석 등 조사 대상 5개 과학활동 모두에서 영어 때문에 원어민 과학자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원어민 과학자는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보다 영어로 논문을 읽는 데 필요한 시간이 91% 길고, 논문을 쓰는 데 51%, 발표를 준비하고 연습하는 데 94%나 더 많이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영어권 과학자들은 또 30%가 언어 문제 때문에 때때로 학회 참석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50%는 학회에 참석한 경우 때때로 구두 발표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제출할 경우 언어 문제 때문에 게재를 거절당하는 비율은 비영어권 과학자들이 영어가 모국어인 과학자보다 2.6배 높았고, 수정 요청을 받는 비율도 12.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비영어권 과학자의 75%는 논문 작성 후 다른 사람에게 논문 편집을 요청한다고 답했다.
아마노 박사는 "비영어권 출신으로서 어려움을 직접 경험했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에게 공통 문제라는 것은 알았지만 장벽이 얼마나 높은지는 깨닫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과학 경력을 포기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불이익은 초기 경력 단계 과학자나 저소득 국가 출신들에게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장벽을 허물지 않으면 비영어권 과학자들은 과학에 공평하게 참여할 수 없고 과학에 대한 이들의 기여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유창한 영어는 학계로 들어가는 티켓이었다"며 "이 낡은 시스템을 버리고 세계 어느 곳의 누구든 과학에 참여하고 인류의 지식 축적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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