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때마다 "디지털로 예방" 외치는데…정책 실행 왜 안될까?

입력 2023-07-19 11:43  

홍수때마다 "디지털로 예방" 외치는데…정책 실행 왜 안될까?
이미 피해 난 지역 중심 실증사업 단계…전국단위 계획도 수년 소요
중복투자 막는다며 부처간 '사전협의' 걸림돌 지적…"재해예방만은 패스트트랙을"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원인과 대책을 놓고 갑론을박이 고조된 가운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예방책도 주목받고 있지만, 오랜 논의에도 아직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아 그 배경이 주목된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포항 냉천 범람으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대형 침수 사고가 난 직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홍수 예보 체계를 구축, 올해까지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제대로 된 실행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기존(3시간 전)보다 빠른 6시간 전에 예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천 본류와 지류를 아우르는 홍수예보체계를 올해까지 전국에 확대 구축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장마철인 올해 하반기 시작까지 실행으로 이어진 것은 미미한 상황이다.
19일 정부의 디지털 기반 수해 예방 사업 시행 상황을 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환경부는 반복되는 도시 지역의 침수 피해를 최소화할 목적으로 지난해부터 디지털 트윈 기반의 '스마트 침수 예측·대응 시스템'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광주광역시에 도시 침수 대응 시스템을 일차적으로 구축한 것을 시작으로 작년 태풍 힌남노 피해가 컸던 경북 포항과 경남 창원에도 시스템을 내년까지 구축하는 목표를 추가했다.
환경부는 내년까지 국비 465억원을 투입해 홍수에 취약한 지류·지방하천 수위관측소(센서)를 109곳 확충하고 홍수 분석·예측에 필요한 빅데이터를 확보한 뒤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해 재난정보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올해 서울 도림천에 AI 홍수예보를 시범 운영하고 내년 홍수기 전까지 전국 223개 지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강변 지하차도 등 수해 예상 지역에 센서 등 수위 계측 장비를 설치하고 측정된 데이터를 재해 예방에 활용하는 것은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 언뜻 쉬운 일로 보이지만, 이미 피해가 발생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실증 사업이 이제 막 시작됐거나 또는 전국 단위 계획이 막 첫발을 뗀 상황인 셈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 기반 물관리 사업을 하는 부처가 환경부, 과기정통부, 행정안전부 등으로 나뉘어 있어 부처 간 데이터 벽을 허문 국가 단위 재난 예방 플랫폼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정부 부처 간 의사결정 체계를 일원화해 디지털 기반 재해 예방 사업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요구도 적지 않다.
특히 걸림돌로 꼽히는 대표 사례는 행안부가 실시하는 '사전 협의' 제도다. 정보화 사업 중복 투자 방지를 목적으로 한 장치이지만 재난 예방 등에서는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기정통부와 환경부가 추진 중인 스마트 침수 예측·대응 시스템 사업 현황을 보면 지난달 내내 행정안전부의 사전 협의와 국가정보원의 보안성 검토 절차가 진행됐다.
사전 협의는 사업별로 다르지만, 최소 30일, 길게는 수십일이 소요된다는 것이 ICT 당국 이야기다.
한 관계자는 "재난 예방 정책은 패스트트랙으로 선정해서 빠른 추진이 필요한데 오히려 재난 관련 사전 협의와 일반 정보화 사업 사전 협의 두 가지 모두를 하라는 식"이라고 사업 수행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전날 국무회의에서 지난해 홍수 때부터 호우 정보와 밀물·썰물 주기를 연동한 디지털 시뮬레이션을 강조해 왔다며 "정부의 모든 부처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선제적인 안전조치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s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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