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유럽 폭염 사망자 6만명…관광지 일시폐쇄·더위 쉼터 설치도
"휴가 성수기, 봄·가을로 확장 조짐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유럽이 올여름 극심한 폭염에 시달리는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각국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유럽에서 폭염이 더 자주, 더 강도 높게 발생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연중 가장 더운 시기에 유럽으로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에 본부를 둔 여행전문업체 호퍼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여름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해외 여행지는 유럽이었으며,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아일랜드 더블린, 그리스 아테네 순으로 예약이 많이 이뤄졌다.
이렇게 코로나19 팬데믹에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급증한 유럽 주요 관광 도시들은 펄펄 끓고 있다.
이날 로마의 최고 기온은 41.8도로 관측됐다. 이는 그동안 로마에서 관측된 기온 가운데 가장 높은 기록이다.
스페인과 프랑스 남부 등지에서도 40도 안팎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여름철 폭염은 과거에도 여행객들에게 불편을 안기기는 했지만,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면서 야외 활동과 이동이 많을 수밖에 없는 관광객들에게는 큰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세계보건연구소(ISGLOBAL) 호안 발레스테르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이 지난 10일 과학저널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철 유럽에서 6만1천여 명이 폭염으로 사망했다.
이에 따라 유럽 각국 당국은 관광객들을 폭염으로부터 보호하는 조처를 내놓고 있다.
그리스 당국은 아테네의 랜드마크인 아크로폴리스 앞에서 한 관광객이 더위에 쓰러지는 일이 발생하자 지난 14∼15일 낮에 이곳을 일시 폐쇄했다.
그리스 적십자 자원봉사자들이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생수를 나눠주기도 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도 당국이 직원과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동원해 콜로세움과 노천 시장 등을 순찰하면서 사람들에게 물을 나눠주고 더위에 지친 사람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는 관광객들이 로마 스페인 계단 앞 분수에서 물을 튀기거나 콜로세움 앞 거대한 선풍기 아래에서 땀을 씻어내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영국 외무부는 지난 17일 그리스와 이탈리아, 스페인으로 향하는 자국민을 위한 여행안내를 업데이트해 폭염과 산불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그밖에도 여러 유럽 국가가 사람들에게 한낮에는 실내에 머물도록 경고하는 한편, 인기 관광지 곳곳에 열을 식힐 수 있는 쉼터(쿨링 센터)를 설치했다.
폭염, 산불과 같은 극단적인 기상 이변이 잦아지면서 여행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이어진다면 여행 성수기 자체가 바뀔 수 있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관측했다.
전통적인 여름 휴가철은 7, 8월이지만 최근 4, 5월과 9, 10월로 확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한 관광객이 몰리는 서유럽이나 남유럽을 피해 더 북쪽으로 눈을 돌리는 여행객들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cheror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