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현금화는 못해…해커 수주액, 北 전체 외화벌이 30%"
북 IT 인력, 우리나라 에너지 기업 해외 지사 취업 시도하다 발각
(성남=연합뉴스) 오규진 기자 = 북한이 지난해에만 해외 거래소에서 9천억원에 육박하는 가상자산을 탈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30차례 발사할 수 있는 비용이라고 정보 당국은 설명했다.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1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국가사이버안보협력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약 7억 달러(약 8천848억원)에 이르는 가상자산을 탈취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모두 우리나라를 제외한 해외 거래소에서 탈취한 것으로, 북한은 아직 이를 현금화하지는 못한 것으로 국정원은 파악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북한이 제8차 당 전원회의에서 위성 재발사와 핵미사일 역량 증강을 천명했다"며 "우리나라와 주요국을 대상으로 한 우주·방산 분야 해킹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국제 사회의 저지에도 북한은 가상자산의 탈취와 현금화에 집중할 것"이라며 "해커들이 수주해서 벌어들인 금액이 전체 외화벌이 금액의 30% 정도가 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거래소와 함께 북한의 가상자산 탈취 공격에 대한 실시간 공조와 대응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정원은 북한 정보기술(IT) 인력이 지난달 우리나라 에너지 기업의 해외 지사에 취업을 시도하다 발각됐다고 전했다.
북한 해커들은 주로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일회성으로 일감을 수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해당 인력은 위조된 여권과 졸업증명서를 제출하고, 고용계약서를 작성하려고 하는 등 교묘하고 대담한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국정원 측은 설명했다.
이 해커는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 '링크드인'에 자신을 소개하는 내용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국정원은 "조사하고 파악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구체적인 기업명과 국가명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백종욱 국정원 3차장은 북한이 해커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이 다른 분야보다 높고, 이에 따라 관련 인력이 증가 추세에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 학생들은 의대에 많이 진학하려고 하는데, 북한은 IT 쪽이나 공대를 선호한다"면서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다른 분야보다 해커들의 수입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액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해외 쪽에서 일감을 수주하면 계약도 높은 액수로 하고, 화이트해커 같은 사람들은 상상 이상으로 벌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위장취업, 가상자산 탈취 등 불법적 외화벌이를 차단하고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acd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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