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 부패·근본적 불평등 해소 실패' 등 지적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부'로 불리는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탄생 105주년을 맞이했지만 자국 내 그의 위상은 예전만 못한 상황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남아공 사회는 그간 자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만델라의 탄생일마다 67분간 건물 페인트칠, 공원 청소 등 자원봉사 이벤트를 하며 그를 기려왔다.
이는 만델라 전 대통령이 1942년 아프리카민족회의(ANC·집권 여당)에 입당한 뒤 67년 동안 인권운동에 헌신한 걸 기린다는 취지다.
그 외에도 남아공에서는 만델라 전 대통령의 얼굴을 화폐에 새기고 최소 32개 거리 명칭을 그의 이름을 따서 짓는 등 그의 업적을 칭송해왔다.
만델라 전 대통령의 105번째 생일인 이날도 어김없이 기념행사가 치러지긴 했지만, 그가 사망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일부 국민은 그에 대해 회의적 평가를 하고 있다고 NYT는 짚었다.
우선 한때 만델라 전 대통령이 이끌었던 ANC가 지금은 부패와 무능, 엘리트주의 등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이다.
실제 ANC는 남아공에서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가 종식된 뒤 30여년간 장기 집권해왔으나 2021년 지방선거에서는 전국 득표율 50%도 넘기지 못하는 등 갈수록 민심을 잃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아공 싱크탱크 인간과학연구회(HSRC)가 2021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정부를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이 26%에 그치기도 했다. 이는 2005년 64%에서 16년 만에 38%포인트 떨어진 수준이다.
만델라가 대통령 재임 중 남아공 사회의 근본적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냉정한 분석도 나온다.
비록 만델라 전 대통령은 반(反) 아파르트헤이트 운동을 이끌며 인종차별 철폐 등에 앞장선 인물이긴 하지만 구조적 불평등을 타파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남아공 토지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백인이 소유하고 있으며, 이들이 흑인보다 약 3.5배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 사례라고 NYT는 전했다.
경제 문제도 여전한 탓에 15∼34세 국민 실업률이 46%에 달하는 점도 지적된다.
요하네스버그의 법원에서 근무하는 오펜세 테베(22)는 "나는 만델라의 열렬한 팬은 아니다"라면서 "(아파르트헤이트가 폐지된) 1994년 모든 남아공 국민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더 나은 방향으로 (백인 정부와 ANC간) 협상이 이뤄질 수 있던 부분이 많았다"고 비판했다.
영화 제작자 지망생 오네시모 켄김보(22)도 "선거철만 되면 달라진 것 하나 없이 만델라 얼굴만 다시 보여주는 것 같아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다만, 만델라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직접 겪었던 국민들은 대체로 그에 대한 우호적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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