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북방정책 일환으로 추진…코로나19·우크라전에 좌초 위기
내달부터 현지인 직원 1명만 근무…러 "협력 관계 유지 기대"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한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추진해온 '연해주 한·러 경제협력 산업단지'(이하 연해주 산단) 조성이 별다른 성과 없이 수년째 지지부진하면서 사업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러시아 현지법인 주재 직원을 철수하는 등 추가 조치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LH 등에 따르면 러시아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러시아 법인에서 대표 업무를 수행 중인 한국인 직원이 오는 8월 중순께 한국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LH는 해당 직원을 대신해 러시아 현지에 주재할 인력을 새로 파견하지 않고 대신 국내에서 근무하는 다른 직원이 러시아 법인 대표직을 겸직하도록 관련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다음 달 중순께부터 LH 러시아 현지법인 사무소에는 한국 측과 연락 업무 등을 담당할 현지인 직원 1명만 남게 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현지인 직원 역시 향후 상황 변동에 따라 근무를 지속할지가 불투명하며, LH는 규모 축소를 위해 한차례 옮긴 현지법인 사무실을 추가로 이전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LH는 사업 추진이 부진한 상황에서 현지법인 운영에 들어가는 예산을 줄이기 위해 올해 들어 당초 근무했던 한국인 파견 직원 2명 가운데 1명을 철수시키고, 사무실도 규모가 작은 곳으로 이전했다.
LH 측은 러시아 법인 문제와 관련해 "산단 사업이 진척되지 못하는 관계로 법인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연해주 산단 조성사업은 한국 중소기업의 러시아 진출 지원 등을 위해 한국과 러시아 정부가 함께 연해주 나데진스카야 선도개발구역(ASEZ) 2차 지구 안에 50만㎡ 규모의 입주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2017년 9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밝힌 신(新)북방정책이 사업의 시발점이며, 이 사업이 성공할 경우 이곳은 한국과 러시아 정부 간 협업으로 조성하는 최초의 산업단지가 된다.
이를 위해 LH는 2020년 12월 러시아 극동개발공사(FEDC)와 사업 이행약정을 체결했고, 이듬해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 현지법인도 설립했다.
하지만 양국 기관은 이후 지금까지 산단 조성을 위해 각자의 역할과 사업비 규모 등을 확정하는 기업활동 약정 체결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으며, 사업도 답보 상태에 빠졌다.
특히 코로나19 대확산(팬데믹)에 이어 발발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대외 여건 변화도 양측의 협의 과정에 영향을 끼쳤다.
이런 까닭에 당초 작년 3월로 예정했던 산단 착공은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LH는 현재 향후 대외 여건 등을 고려해 사업 추진 방향 등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 측은 최근 LH에 "협력 관계 유지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LH 관계자는 "대내외 환경 변화를 주시하며 사업추진 여부·시기를 검토하고 러시아 측과 지속적인 연락을 취하며 서로 간 입장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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