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곡물협정 핵심항구 오데사 이틀연속 피해…"지옥같은 밤"
크림반도서도 대규모 폭발·화재…우크라 "작전 성공적 수행"
크림대교 폭발·흑해곡물협정 중단 이후 양국 보복 악순환 우려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가 공격당한 뒤 러시아가 이틀 연속 보복 공습을 가하고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공격하는 등 양측의 교전이 격화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 이틀 연속으로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우크라이나군 남부작전사령부는 이 공격으로 오데사 지역에서 최소 12명의 민간인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세르히 브라추크 오데사 군정 대변인은 이날 "지옥과 같은 밤이었다"며 "공습이 매우 강력하고 규모가 거대했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전했다. 그는 피해 상황이 집계되는 대로 다시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세계를 겁주려 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튀르키예, 유엔 등 흑해 곡물 회랑을 위해 협력하고자 하는 이들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오데사는 겁먹지 않았고 두려워하지 않을 것임을 알 것이다. 우리는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전날 밤 전국적으로 공습경보가 발령됐고 수도 키이우 등지도 러시아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
세르히 포프코 키이우 군정 수반은 "우크라이나 전역이 힘든 밤을 보냈다"며 "특히 남부 오데사의 상황이 더욱 그랬다"고 텔레그램에서 밝혔다.
그는 키이우 역시 공격으로 인해 약간의 피해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지난밤 오데사 지역에서 63기의 목표물 중 자폭 드론 23기와 순항 미사일 14기 등 37기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17일 크림대교에서 폭발이 일어나 2명이 숨지고 차량용 교량 일부가 붕괴한 사건과 관련해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하고 지난 18일 오데사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 지역에 대대적 보복 공습을 가했다.
오데사는 지난해 7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튀르키예, 유엔과 체결한 흑해곡물협정에 따라 우크라이나 곡물이 해상으로 수출되는 핵심 항만으로,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대규모 공습을 받았다.
또한 러시아는 크림대교 폭발과는 무관하다면서도 사건 직후 흑해곡물협정 중단을 선언하고 흑해 항로에 대한 안전보장을 철회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협정 중단과 무관하게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이날 러시아가 점령 중인 크림반도의 키로브스케 지역 군사 훈련장에서는 대형 폭발에 이은 화재가 발생해 2천여 명의 주민이 대피하고 주요 고속도로가 폐쇄됐다.
러시아 당국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밝히지 않았으나, 러시아 보안당국과 밀접한 텔레그램 채널들은 우크라이나의 야간 공습으로 인해 탄약고가 폭발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사건 직후 공습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장은 성명에서 "크림반도에 대한 작전이 성공적으로 수행됐다"며 "적이 피해 정도와 사상자 규모를 은폐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AFP는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에서 일어난 사건과 관련해 공격 사실을 즉시 인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를 상대로 한 공격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자국과 관련성을 인정하더라도 사건 후 장시간이 지난 뒤 간접적으로 시인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보인 태도 변화를 볼 때 우크라이나가 최근 러시아의 보복 공습에 맞서 크림반도 등 전선 후방에 대한 공격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7일 크림대교 폭발 사건 직후 보복 방침을 천명한 바 있어 양국의 맞보복이 한동안 계속될 수도 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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