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이기도 하지만 탈북 병사에 총탄 쏟아진 일도"
북한 억류됐다 사망한 美대학생 등 과거 사례도 소개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군 병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 중 월북하는 이례적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외신들은 JSA가 어떤 곳인지에 주목하면서 과거 유사 사례를 재조명했다.
AP 통신은 남·북한 사이에는 지뢰와 철조망이 깔린 약 4㎞ 너비의 비무장지대(DMZ)가 있지만 JSA가 있는 판문점은 주변 지역과 다르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초현실적인 곳 중 하나일지언정 이곳은 관광지"라고 19일 소개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연간 10만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았고, 기념품점과 패스트푸드 식당이 있는 건 물론 주변에는 공원까지 들어서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JSA는 다른 한편으로는 "서로에 대한 들끓는 적대감을 간신히 억누르던 시기였던 냉전기와 비슷한 곳이기도 하다"라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하고 2018년에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걸었던 곳이지만, 2017년에는 탈북을 시도하는 북한 병사에게 수많은 총탄이 날아든 곳이기도 하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AP는 "아무 사건 없이 종종 수개월 혹은 수년이 지나가지만 (판문점에서) 뭔가가 벌어지면 폭력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976년에는 유엔군사령부 소속 미군 장교 2명이 북한에 살해된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이 벌어져 전쟁 직전의 일촉즉발 상황이 전개됐고, 1984년에도 소련인 유학생이 월남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북한과 유엔사 병사들이 총격전을 벌였다고
소개했다.
미국 CNN 방송은 전날 JSA 견학 중 갑작스레 달려나가 군사분계선을 넘은 미군 이등병 트래비스 킹(23)과 마찬가지로 과거 무단 월북하거나 불법으로 북한에 입국했던 미국인들의 사례를 조명했다.
이 매체는 2018년 미국 국적자인 브루스 바이런 로렌스가 중국에서 국경을 넘어 북한에 들어갔다가 한 달만에 석방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북한 관광 중 억류됐다가 풀려났으나 곧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1965년 주한미군으로 DMZ 근무 중 월북했다가 39년만에 자유의 몸이 된 찰스 젠킨스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젠킨스의 경우 탈북 결정을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고, 실제로 북한에서도 선전영화에 출연하고 스파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쉽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이 킹 이등병의 월북에서 최대한의 이득을 뽑아내려 하겠지만 미국 등을 상대로 한 정치적 지렛대가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착 상태인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영향을 미치거나,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에도 여전히 지속 중인 북한의 고립을 완화하기에는 무게감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억류한 미국인을) 지렛대로 이용해 큰 양보를 끌어낸 사례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내부적으로는 선전전에서 일부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스팀슨센터의 이민영 연구원은 "북한이 이번 사건을 미국과의 관계에서 강력한 지렛대나 기회로 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북한은 미 정부가 징계를 앞두고 자의로 북한에 들어갔다는 병사 한 명 때문에 대북정책이나 확장억제 공약을 변경하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국회의원은 말단 병사인 까닭에 킹 이등병이 지닌 정보의 가치도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별도의 보안·감시팀과 통역, 개인차량, 숙소 등을 준비해야 할 북한 입장에선 억류가 길어질수록 오히려 골치를 앓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고 로이터 통신은 덧붙였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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