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케냐 경찰이 정부의 세금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발포해 최소 12명이 부상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위중한 상태다.
19일(현지시간) 현지 라디오 방송 캐피털에프앰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수도 나이로비 등지에서 생활비 인하를 촉구하는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
야당은 윌리엄 루토 대통령에게 세금을 인상하거나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재정법을 폐지하도록 하기 위해 이날부터 사흘간 전국적인 시위를 벌일 것을 촉구했다.
앞서 루토 대통령은 야당 지도자 라일라 오딩가에게 "정면으로 맞서겠다"며 시위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관은 수도 나이로비의 마타레 빈민가에서 시위대 4명이 상처를 입었다고 밝혔다.
나이로비의 캉게미 지역에서 보건 기록을 맡은 한 의료기관 직원은 2명의 젊은 남성이 각각 등과 다리에 총을 맞아 실려 왔다고 전했다.
또 지방 도시 나쿠루의 한 의료 책임자는 2명이 복부에, 1명은 가슴에, 다른 1명은 다리에 총상을 입고서 병원에 이송됐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과 물대포를 사용하면서 나이로비의 기업과 학교가 모두 문을 닫았다.
야당의 텃밭인 서부 도시 키수무, 미고리, 키시이 등 다른 여러 지역에서도 격렬한 시위가 벌어져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이 이어졌다.
현지 종교 지도자들은 이날 성명에서 "더 피를 흘려서는 안 된다"며 대통령에게 새로 통과된 재정법을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이 법에 따라 정부가 석유 제품에 대한 부가세를 16%로 두배 인상하면서 연료 가격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주 새로운 재정법의 도입은 케냐의 부채 취약성을 줄이기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한편, 케냐 주재 13개 서방 외교관은 전날 대화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인명 손실과 재산 파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12일에는 경찰이 시위대에 발포해 최소 10명이 사망했으며, 최루탄이 인근 학교 교실에 날아들어 어린이 53명이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실려 갔다.
케냐 의사협회는 회원들이 최근 몇 달간 시위로 인해 "다친 수백 명의 케냐인과 수십 명의 사망자를 목격했다"며 환자와 노동자들의 의료 시설에 대한 접근이 제한돼 사망률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airtech-keny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