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집나면 스스로 복구한다…나노기술로 진보하는 자동차(종합)

입력 2023-07-20 14:35  

흠집나면 스스로 복구한다…나노기술로 진보하는 자동차(종합)
현대차·기아, '나노 테크데이'…자가치유 등 첨단 나노소재 기술 공개
전기차 배터리 의존도 줄이고 실내온도 상승 줄이는 필름도 개발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자동차 소유주에게는 차량 표면이 긁혀 흠집이 나는 것도 적잖이 신경쓰이는 일이다. 차량 운행에는 전혀 지장이 없지만, 자차손으로 보험 처리를 하자니 보험료가 올라가는 것도 달갑지 않고, 그렇다고 그냥 두기도 찝찝하기 마련이다.
이 같은 손상을 차량 스스로 복구하는 기술을 포함해 마치 차량이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작동하는 첨단 기술을 현대자동차그룹이 개발 중이다. 미세한 소재 단위에서 물질을 합성하고 배열을 제어해 새로운 특성을 지닌 소재를 만드는 나노 기술을 근간으로 한다.
현대차·기아는 20일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나노 테크데이 2023' 행사를 열고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 될 나노 신기술을 선보였다.


◇ 나노코팅으로 흠집 '자가치유'…나노캡슐로 부품마모 최소화
차량이 손상 부위를 반영구적으로 직접 치유하는 나노 코팅 기술이 그중 하나다.
자율주행과 전동화 기술이 날로 고도화하면서 중요 부품 손상이 불러올 위험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자율주행 핵심 부품인 카메라와 라이다에 작은 상처가 발생해도 차량이 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데 지장이 생긴다. 대용량 모터를 단 전기차는 동력 부품의 내마모성과 내구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현대차와 기아가 나노 소재를 활용해 개발한 '셀프 힐링(자가치유) 고분자 코팅'은 상온에서 별도 열원이나 회복 촉진제 없이도 2시간여 만에 상태를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세계 최초 기술이다.
셀프 힐링 소재가 코팅된 부품에 상처가 발생하면 분열된 고분자가 화학 반응에 따라 본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활용했다.
종전에도 셀프 힐링 기술이 상용화된 적이 있지만, 회복 촉진제를 한번 사용하고 나면 반복 치유가 어려웠고 별도 가열장치 없이는 작동하지 않아 적용 범위가 전면부 그릴 등으로 한정적이었다.
현대차와 기아는 자율주행 핵심 부품인 카메라 렌즈와 라이다 센서 표면을 시작으로, 향후 차량의 도장면 등까지 다양한 부위에 셀프 힐링을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 중이다.
나노 캡슐로 부품 마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도 현대차와 기아가 나노 소재를 활용해 최초로 개발한 기술이다. 나노 캡슐이 포함된 고분자 코팅을 부품 표면에 도포하면 마찰이 일어났을 때 코팅층의 오일 캡슐이 터지고, 안에 있던 윤활유가 흘러나와 막을 형성하는 원리다.
기존 윤활제와 달리 부품 수명이 다할 때까지 장기간 안정적으로 윤활 기능을 발휘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다양한 부품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게 현대차·기아의 설명이다. 전기차 모터와 감속 기어에 나노 캡슐 윤활제를 활용하면 회전량 손실을 줄여 전비를 향상시킬 수도 있다.
여인웅 현대차·기아 선행기술원 책임연구원은 "오일 캡슐은 올해 안에 차량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셀프 힐링은 2∼3년 후 적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전기차 배터리 의존도 낮추고 소비전력 줄이는 나노기술도
전동화 차량 경쟁력의 핵심인 주행가능 거리와 충전 시간도 나노 기술로 개선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가 이날 공개한 '투명 태양전지'는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광전 효율이 30% 이상 높은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활용해 차량의 배터리 의존도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기존에도 불투명 실리콘 태양전지를 지붕 부위에 한정적으로 적용한 차량이 있었지만, 투명 태양전지는 차량의 모든 글라스에 적용돼 발전량을 늘릴 수 있다는 게 현대차·기아 설명이다. 차량뿐 아니라 건물 창문으로까지 적용 범위를 넓혀 에너지 소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미 상용화된 실리콘 태양전지 위에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를 접합한 '탠덤 태양전지'는 태양전지의 에너지 효율을 크게 끌어올릴 차세대 기술이다. 두 전지는 서로 다른 영역대의 태양광을 흡수하는데, 이를 결합하면 상호보완 효과가 생겨 35% 이상의 에너지 효율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현대차·기아는 보고 있다.
지금도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루프에 실리콘 태양전지를 사용해 효율을 높인 사례가 있지만, 현대차·기아는 후드, 도어 등에까지 탠덤 태양전지를 적용해 일평균 20㎞ 이상의 추가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탄소중립 모빌리티에도 한발 더 다가갈 수 있게 된다고 현대차·기아는 설명했다.
이병홍 현대차·기아 기초소재연구센터 PL은 "실리콘 태양전지는 원재료를 독점한 중국이 수출을 통제하면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다"며 "페로브스카이트는 바다, 산 등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어 부존량이 사실상 무한하고 국산화도 가능한 물질"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소비전력을 줄이고 쾌적한 실내 환경을 만드는 데도 나노 기술이 활용된다.
이날 공개된 '압력 감응형 소재'는 별도 센서 없이도 소재에 가해지는 압력을 전기 신호 형태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차량의 발열시트 폼 내부에 적용돼 탑승자 체형 부위에만 열을 가하고, 필요 없는 부위의 발열을 억제해 전력 소모를 줄인다. 결과적으로 전기차 주행거리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현대차·기아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투명 복사냉각 필름'은 차량 유리에 부착돼 더운 날에도 별도 에너지 소비 없이 차량 내부 온도 상승을 줄이는 친환경 기술이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열을 차단할 뿐 아니라 외부로 열을 방출하는 기능도 있어 기존 기술보다 최대 7도가량 실내온도를 낮출 수 있다.
현대차·기아 선행기술원장 이종수 부사장은 "기술 혁신의 근간에는 기초이자 산업 융합의 핵심 고리인 소재 혁신이 먼저 있었다"며 "앞으로도 산업 변화에 따른 우수한 첨단 소재 기술을 선행적으로 개발해 미래 모빌리티에 적극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pul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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