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7살 사촌 동생의 죽음에 상심 컸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본국 송환을 앞두고 갑자기 월북한 미군 병사가 왜 그런 일을 벌였는지 가까운 가족들도 그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가족들은 그가 가까이 지내던 사촌 동생이 유전병으로 수개월 전 사망한 것이 일정 부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전했다.
20일 A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틀 전인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다 무단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은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23) 이등병의 월북 동기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그가 직접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밝히지 않았고, 주변에 딱히 어떤 암시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한국에서 모종의 사건으로 수감돼 있다 징계를 받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는 짐작만 있을 뿐이다.
미국에 있는 가족들은 킹의 갑작스러운 월북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킹의 외할아버지인 칼 게이츠는 AP 통신에 "트래비스가 제정신이라면 그런 일을 일부러 벌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래비스는 착한 아이다. 누구를 해치려 하지 않고 스스로를 해치려 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킹의 가족들은 그가 본국에 송환돼 법적인 문제를 앞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월북이라는 결정을 내린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의 외숙모인 라케이아 나드는 자신의 아들, 즉 킹의 사촌 동생이 올해 초 숨진 것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킹은 자신의 7살짜리 아들과 친했는데, 올해 2월 희소 유전질환으로 숨져 킹이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이다.
킹의 외삼촌인 칼 게이츠도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킹이 자신의 아들의 죽음에 크게 상심했었다고 전했다.
AP 통신은 친척들이 킹을 조용한 외톨이(quiet loner)로 묘사했다고 보도했다. 술과 담배를 하지 않고 성경 읽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또 위스콘신주에서 자란 그가 한국에서 조국을 위해 봉사하는 것에 들떠 있었다고 한다.
그와 함께 JSA 견학을 했던 뉴질랜드 관광객 사라 레슬리는 청바지에 흰 티를 입은 평범한 차림의 킹이 기념품 가게에서 모자를 구입해서 쓰는 등 여느 관광객처럼 행동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투어가 거의 끝나 단체 사진을 찍고 견학을 마무리할 즈음 갑자기 그가 튀어 나가더니 군사분계선을 넘어가 버렸다고 한다.
미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로이터에 킹이 본국행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갔다가 공항에 있는 JSA 관광 광고를 보고 관광 대열에 합류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가 사전에 월북을 준비한 것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그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킹의 송환을 위해 북한과 접촉하고 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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