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시장서 밀 9% 급등…침공 직후·연초보단 낮아
WFP "저소득국에 잔인"…러 "우크라 곡물 3%만 저소득 국가로" 반박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러시아가 흑해상 우크라이나행 화물선을 위협하고 나서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치솟았다고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날 러시아가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항구로 향하는 모든 선박을 잠재적인 군사 화물선으로 간주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밀 선물 가격은 9% 급등했다.
이는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로, 이날 오전 내내 8% 상승한 수준을 유지했다.
밀 가격은 지난 17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해왔던 흑해곡물협정 파기를 선언하면서 이미 17~18일 이틀간 5%가량 상승한 상황이었다.
NYT는 우크라이나가 협정 파기 이후에도 흑해 곡물 수출을 계속 시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이날 러시아의 발표로 이 또한 쉽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NYT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러한 곡물 가격 상승 추세가 저소득 국가들에 비교적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한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수석경제학자 아리프 후세인은 "이미 수십개국의 인구 수백만 명이 두 자릿수의 물가상승률로 고통받고 있다는 점에서 (곡물협정) 중단 시점은 잔인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장 취약한 인구 및 국가가 식량을 구하고 저렴하게 사들일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 비난이 커지자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 드미트리 폴랸스키는 우크라이나가 협정에 따라 수출하는 곡물의 3%만이 저소득 국가로 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따라서 협정은 이미 인도적 목적을 상실했고, 우크라이나만 이득을 챙기는 철저한 상업성만 남게 됐다는 게 러시아 측의 주장이다.
흑해 화물선을 사실상의 군사 표적으로 간주하겠다는 이날 발표에 대해서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가 군사작전을 곡물 수출입으로 위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곡물 공급은 빈국 대상 직접 수출보다는 세계 원조 단체들이 곡물을 싼값에 사들일 수 있는지와 직결된 문제라고 NYT는 전했다.
유엔 데이터에 따르면 중상위 소득 국가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의 98%를 차지하고 있지만, 나머지 곡물은 WFP가 사들여 긴급 식량 지원에 활용해왔다.
특히 WFP는 협정이 지속되는 동안 곡물 공급의 80%를 우크라이나산으로 채우면서 전년 대비 우크라이나 곡물 수입 비중을 크게 키웠다.
식량 지원 대상은 아프가니스탄, 지부티, 에티오피아, 케냐, 소말리아, 수단, 튀르키예, 예멘 등이다.
그뿐만 아니라 저소득 국가 국민들이 직접 곡물을 구입할 때도 국제 곡물 가격이 하락해야 유리하다고 NYT는 덧붙였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곡물 가격은 작년 5월에서 올해 같은 달까지 50% 하락했고, 곡물협정 체결 이후 식료품 가격이 안정세를 찾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그간 충분한 대체 노선을 개발해 흑해 항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가격 급등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계속되고 있다.
시카고 밀 선물가격은 17~20일 상승세를 보이면서도 아직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나 올해 연초 대비로는 낮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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