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친강 외교부장 부재 미스터리, 중국 이미지에 타격"

입력 2023-07-20 11:22   수정 2023-07-20 11:25

홍콩매체 "친강 외교부장 부재 미스터리, 중국 이미지에 타격"
中알리바바 소유 SCMP "당국, 친강 관련 의혹 잠재우지 못해"
"외교부 홈페이지서 관련 내용 실종"…"中인터넷서 일부 루머 유포 허용돼"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외교부장 친강이 24일째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그의 '실종'을 둘러싼 미스터리로 중국의 국제적 이미지가 타격을 입고 있다고 20일 진단했다.
중국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가 소유한 SCMP는 최근 외부 기고문에서 친강의 부재와 관련한 언급을 임의로 삭제해 논란이 됐다.
이 매체는 그러나 이날은 여러 전문가를 인용해 친강의 행방불명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 중국의 태도가 외부의 중국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는다고 평가했다.
SCMP는 "지난 한달 간 세계 지도자들이 베이징을 잇달아 찾은 중국 외교의 성수기에 외교부장 친강은 눈에 띄게 '부재'했다"며 "이른바 중국의 얼굴인 친강이 지난달 25일 이래 중요한 행사들에 불참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지금까지 중국 당국은 그의 행방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문 채 의혹이 커지고 있음에도 그의 부재를 불분명한 건강상의 이유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회의론자들이 친강의 장기 부재가 건강 탓이라는 중국의 공식 설명에 의문을 제기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은 그러한 의혹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외교 관측통들은 친강의 실종을 둘러싼 비밀이 중국의 정치 체제와 불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의심을 키운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SCMP '오피니언' 코너에 글을 게재해온 중국 전문 프리랜서 작가 필립 커닝햄은 지난 18일 트위터에 "이미 실종된 친강, 내 오피니언 글에서도 사라졌다!"고 썼다.
커닝햄은 "나는 친강의 설명되지 않는 부재를 포함해 베이징을 찾는 존 케리(미국 기후변화 특사)가 직면한 녹록지 않은 문제들에 대해 지난 15일 SCMP에 논평을 기고했는데 친강과 관련한 5개 문장이 게재 승인 후 사전 고지 없이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친강의 행방이 묘연하며, 그의 설명되지 않는 부재는 질병이나 갑작스러운 정치적 문제 탓임을 시사한다는 내용 등이 SCMP에서는 삭제됐다고 밝혔다.
커닝햄은 이날 SCMP가 친강의 실종에 대해 보도하자 트위터에 "침묵을 깨고 친강 문제를 다룬 것을 보니 좋다"면서도 "그러나 나는 SCMP가 왕이, 자오리젠과 충돌하는 친강의 문제 같은 (중국의) 정치 사안을 파고들 만큼 충분한 편집 독립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친강이 중국의 외교라인 1인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 '늑대전사(전량) 외교'의 상징적 인물이었으나 지난 1월 국경·해양사무사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좌천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은 자오리젠 전 외교부 대변인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루머를 언급한 것이다.
다만 SCMP는 전문가를 인용, 정작 중국 당국은 이런 상황과 관련해 외부의 시선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외교장관이 한 달 가까이 행방불명된 사태가 다른 나라에는 매우 곤혹스러운 일일 수 있겠지만, 중국에서는 언제나 정치가 우선이고 외교는 그다음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SCMP는 또 "친강은 여전히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외교부장으로 올라와 있지만, 최근 중국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나온 친강의 행방과 관련 질의응답은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ASPI)의 필립 르 코레 선임연구원은 "중국 공산당은 (외부에 설명하기보다는) 중국 대중을 위한 어떤 종류의 설명이나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며 중국에서는 자국의 관심이 국제적 인식보다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학원의 앨프리드 우 교수는 중국 당국이 친강을 둘러싼 루머를 부인하지도, 그의 상태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도 못하는 것은 친강의 경력과 중국의 이미지에 '불길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2년 집권 직전 2주간 사라졌던 것을 볼 때 이번 상황이 전례 없는 일은 아니라면서도 비밀에 집착하는 중국의 또 하나의 사례라고 짚었다.
우 교수는 "중국 당국이 이미지 실추에도 불구하고 친강의 부재에 대해 설명하지 않기로 선택하면 외부 세계는 친강에게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결코 알 길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엄격한 검열이 이뤄지는 중국 인터넷에서 친강의 건강과 행방을 둘러싼 일부 루머의 전파가 허용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 버크넬대 중국연구소의 주즈췬 소장은 "친강이 더 오래 시선에서 사라질수록 그가 다치지 않고 복귀할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전망했다.
이어 "친강은 갑자기 사라졌고 매우 이례적"이라며 "모든 징후를 볼 때 이는 건강 문제로 보이지 않으며 혹은 건강이 그의 실종의 주된 사유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만일 친강이 돌아온다고 해도 소셜미디어에서 그에 대해 퍼진 모든 루머와 의혹을 볼 때 그의 평판은 손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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