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한 달 가까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가운데 주미 중국대사가 공식 석상에서 그의 행방을 묻는 말에 "기다려보자"고 답변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싱가포르 연합조보 등에 따르면 셰평 주미 중국대사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애스펀 안보포럼에서 친 부장의 상황을 묻는 사회자의 말에 이같이 답변했다.
친 부장에 대한 대화는 '핑퐁외교'의 주역으로 알려진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시작됐다.
사회자가 키신저 전 장관의 방중 사실을 언급하자 셰 대사는 "이번 방문은 미·중 관계가 반드시 정상궤도로 복귀해야 한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이에 사회자가 키신저 전 장관이 리상푸 국방부장과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만난 사실을 거론하며 친 부장을 만날 기회가 있느냐고 다시 묻자 셰 대사는 가벼운 표정으로 "기다려보자"라고 말한 뒤 크게 웃었다.
사회자가 더 많은 정보가 없느냐고 요청하자 셰 대사는 "있다. 중국 지도자가 키신저 전 장관을 만날 것"이라며 화제를 돌렸다.
그리고는 탁자 위의 놓인 컵을 들어 물을 마셨다.
사회자가 다시 자신과 친 부장의 인연을 소개하며 화제를 돌리려고 했으나 셰 대사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이미 이 일에 대해 브리핑했다"며 "당신의 관심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친 부장은 지난달 25일 베이징에서 스리랑카·베트남 외교장관과 러시아 외교차관을 만난 뒤 자취를 감췄다.
이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존 케리 기후변화 특사가 중국을 방문했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일 기준으로 25일째 부재 상태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7일 정례 브리핑에서 친 부장의 상황을 묻는 기자의 말에 "당신이 언급한 상황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나흘 뒤인 11일에는 친 부장의 신체(건강) 원인을 거론하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연쇄 외교장관 회의에 친 부장 대신 상급자인 왕이 위원이 참석한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에도 외교부 브리핑에서는 친 부장 관련 질문이 쏟아졌지만, 대변인은 그때마다 "이미 관련 상황을 설명했다"며 말을 아꼈다.
특히 지난 17일 브리핑에서는 일부 외신 기자가 친 부장의 불륜설을 거론하자 대변인은 "당신이 말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고, 친 부장이 중국 외교부장이 맞느냐는 질문에는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를 참고하라"고 대응했다.
친 부장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외교가 안팎에서는 기밀 유출설, 불륜설, 중병설 등 확인되지 않은 다양한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이날 "외교 관측통들은 친강의 실종을 둘러싼 비밀이 중국의 정치 체제와 불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의심을 키운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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