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러 '흑해항구 운항금지' 맞서 강대강 응수
물리충돌 우려…식량시장 안정 해법 안갯속으로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러시아의 흑해 위협에 맞서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항구로 가는 선박은 조심하라"며 맞불을 놨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자정부터 러시아가 통제 중인 항구로 가는 모든 선박은 "모든 관련된 위험"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그러면서 이날 새벽 5시부터는 흑해 북동부와 케르치 해협에서 운항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에 위험으로 간주돼 금지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발표는 전날 러시아가 내놓은 위협에 맞불을 놓는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구로 가는 어떤 선박이라도 잠정적으로 군사 물자를 실었을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히고, 일부 구역에서 운항을 금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는 다시 한번 야만적으로 전세계의 자유로운 항행 권한을 침해했다"면서 "또한 수백만명을 굶주림으로 몰아넣으면서 식량 안보를 망가뜨렸다"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앞서 러시아가 지난 17일 흑해 곡물 수출 협정을 중단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데 이어 흑해 바닷길을 둘러싼 양측 긴장이 물리적 충돌 가능성으로까지 번지게 됐다.
이 협정은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그간 아프리카 등의 생명줄이던 우크라이나 곡물의 수출길이 가로막히자 유엔과 튀르키예 중재로 흑해 운송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러시아는 그러나 협정 약 1년만인 이달 이를 종료한다고 발표하면서 세계 곡물 시장에 다시 최대 악재가 드리운 상황이다.
러시아군은 이같은 발표 직후 우크라이나 최대 항구인 오데사에 공습을 퍼부으며 기간 시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은 특히 러시아가 흑해에서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백악관 부대변인인 올리비아 돌턴은 러시아가 흑해를 지나는 민간 곡물 선박에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황을 미 정부가 포착했다고 20일 밝혔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존 커비 전략소통조정관도 최근 미국이 확보한 정보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항구 근처에 추가로 기뢰를 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추후 민간 선박을 겨냥한 공격을 정당화하려고 사전 작업을 해놓는 '거짓 깃발' 작전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커비 조정관을 덧붙였다.
이와 관련, 러시아는 민간 선박 공격설이 조작된 것이라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는 20일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가 민간 선박 공격을 준비 중이라고 몰아세우려는 시도는 완전히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newgla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