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인정 성명…"혐오와 편견 맞서려 노력중, 잊히지 않게 할 것"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영국 로알드 달 박물관이 작가의 인종차별주의를 인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20일(현지시간) AFP통신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아동문학의 거장 로알드 달(1916∼1990년)은 '마틸다'와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 세계적인 작품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생전 반유대주의 발언으로 사후에도 논란이 됐으며 그의 유족과 출판사가 2020년 그의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이날 로알드 달 뮤지엄 앤 스토리 센터는 성명을 통해 2020년 유족들의 사과를 지지한다며 "반유대주의를 포함해 특정 집단과 개인을 겨냥한 모든 인종차별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로알드 달의 인종차별주의는 부인할 수도, 지울 수도 없지만 우리가 지속되길 바라는 것은 달의 창의적 유산이 좋은 일을 이뤄낼 가능성"이라고 적었다.
박물관은 "혐오와 편견에 맞서 싸우는 데 추가로 기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탐구하고 있다"며 몇 가지 사례를 들기도 했다.
접근성을 높인 포괄적 채용으로 마케팅 과정에서 관람객들의 다양성을 반영하고, 직원 교육에 유대인 공동체를 참여시키는 방식 등이다.
박물관은 달의 반유대주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으면서도 이에 대한 기록을 보존해 "잊히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영국 버킹엄셔에 자리한 로알드 달 박물관은 달의 부인 리시 달이 2001년 설립했다. 박물관 입구에는 달의 반유대주의적 관점을 비판하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유대인 단체 소속의 마리 반데르 질은 이날 작가의 반유대주의에 대한 박물관의 인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이번 성명이 "수백만 명의 사랑을 받은 한 작가의 스토리 전체를 공유하는 데 있어 중요한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정치인들과 협력하는 단체 반유대주의정책트러스트 또한 유대인에 대한 달의 해로운 관점을 적절히 다루려는 박물관의 섬세한 작업에 지지를 표했다.
이번 성명에 앞서 달 작품들을 내는 출판사는 그의 작품 속 표현을 요즘 시대의 잣대에 맞게 수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수정 작업을 '터무니없는 검열'이라고 깎아내렸지만, 이를 일종의 개선으로 보고 환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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