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 러 제재회피 '뒷구멍'…서방물품 중개무역로 역할"

입력 2023-07-21 11:26  

"중앙아, 러 제재회피 '뒷구멍'…서방물품 중개무역로 역할"
美 WP, 자국 관리들 인용 보도…"한국·중국산 제품도 들어가"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최근 중앙아 국가 키르기스스탄과의 국경에 있는 카자흐스탄 세관이 러시아로 운송되던 중국제 T-30 드론(무인기) 14대를 압수했다.
화물 서류에 중국 드론들은 과수원과 대규모 농장에서 사용하는 대형 농약 살포기로 표시돼 있었다.
하지만 대당 거의 1만4천 달러(약 1천800만원)에 달하는 드론의 대량 구매자가 러시아 회사라는 점은 무인기가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더욱이 중국 무인기 제작사 DJI가 생산하는 T-30 드론은 거의 30kg에 가까운 적재용량 때문에 폭탄 투하나 무기 운송 등의 군사적 효용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카자흐스탄 세관은 적절한 수출 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물품을 압류했고 결국 드론은 러시아에 전달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전에 따른 광범위한 제재로 서방 국가들로부터 군수품을조달할 길이 막힌 러시아가 자국과 긴밀한 연계를 맺고 있으면서 유럽·중국 등과도 폭넓게 무역을 하는 중앙아의 옛 소련 국가들에서 탈출구를 찾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WP)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제재로 수입이 어려워진 중국산 드론과 독일산 전자부품 등을 확보하기위해 중앙아 국가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특히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서 중개 무역을 하는 키르기스스탄 기업들에 주목하고 있다고 미 관리들이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키르기스스탄에선 러시아와 거래하는 수출입 기업이 크게 늘었다.
이 회사들은 드론과 항공기 부품부터 소총 조준경과 첨단 폭탄 회로에 이르기까지 중국과 유럽산 제재 대상 제품들을 러시아에 판매하면서 큰 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무역 관련 문서에 따르면 지난해 키르기스스탄의 대러 수출량은 우크라이나전 이전인 2021년에 비해 250%나 급증했다.
키르기스스탄 회사들은 올 2월과 3월에는 중국과 한국 기업들로부터 특정 목적으로 설계된 반도체와 전압 증폭기 등 수십만 달러(수억원) 규모의 민감한 전자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했다.
같은 기간 동안 이 제품들은 거의 전량 러시아로 재수출됐고, 제품을 받은 러시아 기업들은 대부분 방위산업 납품 업체들로 확인됐다.
미 관리들은 명백한 위장으로 보이는 이 같은 제3자 거래가 대러 제재 회피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러시아 정보기관의 작품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압류된 T-30 드론도 중국 DJI사가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드론 판매를 중단했기 때문에 러시아가 간접 경로를 통해 확보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키르기스스탄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지만 제재를 회피하기 쉬운 환경이 잘 조성된 나라"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미 뉴욕타임스는 세계 최대 드론 생산업체인 DJI를 포함한 중국 26개 업체가 생산한 드론 1천200만 달러(약 160억원)어치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에 수출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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