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선거 앞두고 유력 후보자 연일 비난…"중립 원칙 위반 우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당의 유력한 예비 후보자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던 멕시코 대통령에게 선거관리위원회가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멕시코 선관위는 21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게시한 보도자료에서 "아침 정례 기자회견에 담긴 일부 표현을 대상으로 한 예방적 조처(삭제 또는 수정) 신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예방적 조처 대상은 7월 10, 11, 14, 17일 대통령 기자회견 녹화 영상과 속기 버전 중 일부 문구에 해당한다.
2018년 12월 취임 이후 휴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아침 대통령궁에서 현지 취재진과 정례 기자회견을 하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69) 대통령은 내년 6월 2일 대선을 앞두고 최근 선거 관련 발언에 시간을 부쩍 할애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야당 유력 예비후보로 떠오른 소치틀 갈베스(60) 상원 의원에 대한 언급이 잦았다. 대부분 갈베스 의원의 의정 활동을 비판하거나, 소속 정당을 싸잡아 깎아내리는 내용이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여성인 갈베스 의원은 남성 중심 집단의 선택으로 이 자리까지 올랐다", "그는 과두정당의 꼭두각시", "언론은 남성 집단의 명령에 따라 그(갈베스)에 대해 좋게 이야기한다"라는 등 공격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국민행동당(PAN)을 향해서는 "국민을 속일 수 있는 캐릭터를 세우기 위해 모인 한 무리의 남자들"이라고 말해, 야당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결국 갈베스 의원 측은 "젠더 기반 폭력이자 정치적 폭력인 대통령의 발언은 선을 넘었다"며 선관위에 불법성 여부를 포함한 적절한 시정 조처도 요구했다.
멕시코 선관위는 대통령이 상원 의원의 공무 수행을 지나치게 비판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는 대선에서 공평성, 중립성, 형평성 원칙을 위반하는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의 발언을 젠더·정치적 폭력으로까지 볼 수는 없다"는 입장도 내놨다.
어린 시절 길거리에서 타말(멕시코 전통 음식)을 팔며 가족 생계를 돕다 상원 의원까지 오른 갈베스는 야권 연대 대선 예비후보 중 여론조사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