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남았다' 분석…가을엔 전차 진격 못하는 진흙탕
젤렌스키, 탄약 등 부족해 "늦게 시작했다" 실기에 침통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되찾는다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작전이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형국으로 들어섰다는 서방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전진이 러시아의 견고한 방어망에 막혀 예상보다 훨씬 부진한 데다 탄약 부족과 전장의 계절적 성격 변화 등으로 제대로 반격할 시간이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미국 CNBC방송은 21일(현지시간)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방어망을 뚫고 영토를 탈환할 기회의 창이 곧 닫힐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 가장 큰 문제는 러시아 방어망을 돌파할 시간이 제한된다는 점이라며 영토를 많이 수복하기에는 여름철 불과 몇개월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군 현황을 분석하는 군사분석가인 로찬컨설팅의 콘래드 무지카 회장은 CNBC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남쪽으로 빠르게 밀고 나가기 위해 반격에 충분한 추진력을 확보하기를 기대했지만 불행하게도 그러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무지카 회장은 "우크라이나가 탄약이 다 떨어지고 더는 총포로 싸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를 때까지 최장 3개월을 남겨뒀다고 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전에서는 기상이 항상 변수로 작용해왔다며 "지형이 다시 진흙으로 질퍽해질 때까지 3개월의 시간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가을철에 비로 비포장 도로와 평원이 거대한 진흙탕으로 변하는 데 이는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에 또다른 장애물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작년 가을에도 러시아 점령 지역 탈환에 나서면서 진흙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러시아의 방어선 돌파를 위해 서방이 지원한 주무기인 전차와 장갑차가 진흙에 빠져 진격하기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우크라이나는 가을이 오기 전에 최대한 전투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무지카 회장은 "우크라이나는 '우리가 참호를 점령했다'거나 '우리가 500m를 전진했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가 보는 본질은 그냥 매우 치열한 전투가 이뤄졌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얘기를 나눠 본 우크라이나 군인들 사이에서 반격의 돌파구에 대한 기대감이 낮았다며 "2∼3개월이 지나면 끝이 없는 소모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소장을 지낸 국방 전문가인 마이클 클라크도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이 너무 느리다고 지적했다.
클라크는 "대반격은 2단계로 기획됐다"며 "러시아군 방어선의 취약점을 확인하는 탐색전이 1단계이고 대규모 병력으로 몰아치는 게 2단계인데 우크라이나군은 아직 1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단계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 날씨가 변하기 전까지, 2단계 작전에 들어가기 전까지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없게 된다"며 시간적 압박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이 2단계 병력을 쓰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클라크는 "우크라이나군이 전황을 바꾸는 데 충분한 대규모 병력을 쓸 수 없을 위험이 있다"며 "내가 대반격을 비관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날이 갈수록 대반격이 성공하지 못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미국 정부나 언론에서 우크라이나의 전쟁 실패에 대한 언급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서방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주목된다.
미국 등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계속하면서 6월 초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대반격이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음을 인정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애스펀 안보 포럼에서 화상 연결을 통해 대반격에 대해 "우리는 봄에 시작하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솔직히 말해 우리는 충분한 탄약과 무기가 없었고 적절하게 훈련받은 여단도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조금 늦게 시작하면서 러시아가 지뢰를 설치하고 겹겹으로 방어망을 구축할 시간을 줬다고 아쉬워했다.
서방이 무기를 빠르게 지원하지 않으면서 봄에 예정했던 대반격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는 뜻으로 보인다.
noj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