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남유럽·아프리카·중동 지도자들과 불법 이주민 문제 논의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불법 이주민 유입 급증으로 골머리를 앓는 이탈리아가 이 문제와 관련한 국제적인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23일(현지시간) 수도 로마에서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로마의 외무부 청사에서 열린 회의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 대표를 비롯해 아프리카, 중동, 남유럽 등 20여개국의 지도자와 고위 당국자가 참석했다.
북아프리카의 경제 성장을 촉진해 불법 이주민을 유발하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인신매매 조직을 근절하기 위한 다년간의 로드맵을 수립하는 것이 이번 회의의 목표라고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은 전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불법 이주민 유입으로 인해 지중해의 모든 국가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경찰과 정보기관이 더 많이 협력하고, 이주민 밀입국에 사용되는 선박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멜로니 총리는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함께 지난 16일 튀니지를 방문해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과 '포괄적 파트너십 패키지' 이행에 합의했다.
EU는 이를 통해 경제난을 겪는 튀니지에 10억 유로(약 1조4천242억원)를 지원하고 튀니지로부터 국경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튀니지는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이주민의 대표적 출발지다.
이탈리아는 아프리카 북부 해안선을 마주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유럽행 불법 이주민 유입이 많은 국가 중 하나다. 올해 들어 이탈리아에 도착한 이주민은 8만3천명 이상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만4천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멜로니 총리는 서구의 오만한 태도가 불법 이주민 문제 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지적하며 유럽과 이주민 출신국 간의 새롭고 평등한 관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방은 지금까지 아프리카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교훈을 주는 데 더 관심이 있다는 인상을 심어줬다"며 "이에 따라 전략적 문제에 대한 진전을 이루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 이주민 문제가 더 잘 관리된다면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오는 합법적인 이주민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유럽과 이탈리아는 이주민이 필요하기 때문에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을 받아들이는 데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이탈리아 정부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비EU 국적자에게 45만2천개의 신규 취업 비자를 발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이탈리아의 취업 비자 발급 건수는 3만850건에 불과했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튀니지와의 협정이 모범이 되기를 바란다"며 "역내 다른 국가들과의 파트너십을 위한 청사진"이라고 말했다.
모하메드 알-멘피 리비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은 유럽의 부유한 국가들의 도움을 요청하며 "우리는 이주민들의 고통을 막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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